‘슈퍼루키 열전’ 신인왕 레이스, 시작부터 KBO 달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29 06: 16

KBO 리그 신인왕 레이스가 모처럼 불을 튀긴다. 올 시즌 KBO 리그를 주도할 이슈가 될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KBO 리그 신인왕 레이스는 최근 몇 년간 조금은 싱거웠다. 신인급 선수들이 1군 로스터에 정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단독 후보’가 출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이정후(넥센)가 고졸 순수 신인왕을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올해는 시작부터 다자구도에 불이 붙었다. 저마다 장점과 개성으로 무장한 당찬 신예들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역시 강백호(19·KT)다. 투·타 모두에서 재능을 드러내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일찌감치 최대어로 뽑혔다. KT에서는 타자에 전념하고 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의 타격이 아니다”는 의견은 공통적이다. 성적도 화끈하다. 강백호를 프랜차이즈 스타로 밀어주려는 KT의 구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강백호는 28일까지 네 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 출루율 5할, 장타율 1.000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1.500)는 리그의 슈퍼스타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다. 첫 타석에서 지난해 20승 투수인 헥터 노에시(KIA)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리며 무수한 스토리도 만들었다. 역시 슈퍼스타의 기질이 보인다는 평가다. 김진욱 감독도 강백호의 출전 시간과 포지션을 안배하며 정착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강백호의 대항마로는 양창섭(19·삼성)이 떠올랐다. 양창섭은 28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냈다. 리그 최강 타선으로 불리는 KIA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기 피칭을 했다. 역대 6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승리라는 진기록도 낚았다. 삼성 또한 시범경기부터 좋은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양창섭에게 충분한 기회를 준다는 계획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한 시즌 내내 소화한다면 강백호와 해볼 만한 승부가 된다.
개막 4연패에 빠진 롯데도 두 명의 신예에 위안을 삼고 있다. 2017년 1차 지명자인 윤성빈(19), 2018년 1차 지명자인 한동희(19)가 좋은 출발을 알렸다. 2017년 최대어였던 윤성빈은 어깨 부상을 딛고 일어섰다. 1군 데뷔전이었던 25일 인천 SK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잘 던져 합격점을 받았다. 가지고 있는 자질은 양창섭에 못지않다. 그 이상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잖다.
한동희는 롯데의 주전 3루수로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4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를 기록했다. 여기에 수비 측면에서는 고졸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다. 기본기가 좋고 응용하는 재능도 뛰어나다. 고졸 신인이 1군에 붙어 있기 위해서는 수비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동희는 그런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2018년 두산의 1차 지명자인 곽빈(19)도 2경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비록 1이닝이었지만 아직까지는 피출루도 없다. 28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팀의 역전승으로 다소 운까지 따른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한화의 왼쪽 날개를 책임지는 박주홍(19)도 3경기에서 1⅔이닝 동안 무피안타 경기를 펼치며 힘을 내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이 선수들이 프로의 분석과 견제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레이스의 키를 쥐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긴 시즌을 치러보지 못한 선수들 스스로의 자기관리도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 이 선수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신인왕 후보가 나올 수도 있다. 어쨌든 간만에 흥미로운 판이 깔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강백호(왼쪽)-양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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