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차 베테랑의 관록이 빛났다.
KBO리그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37)가 한화 토종 선발진의 자존심을 살렸다. 지난 28일 마산 NC전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다. 2-2 동점 상황에서 교체돼 선발승은 하지 못했지만 6-2 한화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한용덕 감독도 "고참 배영수가 아주 좋은 피칭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이날 측정된 배영수의 최고 구속은 139km. 야속한 세월은 150km 강속구를 앗아갔다. 그런데도 81개 공 중에서 45개를 직구로 승부했다. 몸쪽 깊게 넣거나 바깥쪽 낮게 꽂으며 코너워크에 집중했다. 포크볼(21개)·슬라이더(10개)에 잘 쓰지 않던 투심 패스트볼도 5개 섞었다. 1회 2실점했지만 이후 5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6회까지 투구수도 81개로 적절했다.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한화는 젊은 투수들을 과감히 밀어줄 계획이다. 선발 최고참 배영수도 1~2경기만 삐끗하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 상대 타자들뿐만 아니라 흐르는 세월과도 맞서 싸워야 하지만 거센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 꿋꿋이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다음은 경기 후 배영수와 일문일답.
- 치열한 선발 경쟁 속에서 첫 등판을 잘 치렀다.
▲ 나름대로 부담스런 경기였는데 잘 넘어간 것 같다.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많이 참고하는 편인데 경기 전부터 김준기 팀장님을 비롯해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전력분석팀에서 늘 고생이 많다. 송진우 투수코치님도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셨다. 무엇보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돼 기쁘다. 위닝시리즈로 가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
-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NC 강타선을 잘 막았다.
▲ 전력분석팀과 송진우 코치님이 오히려 직구를 많이 던져볼 것을 주문했다. (한용덕) 감독님도 항상 공격적인 투구를 주문하는 만큼 직구로 승부를 들어갔다. 1회 2점을 내주긴 했는데 오히려 더 붙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수비수들이 지치지 않게 투구 템포도 빠르게 가져갔다.

- 한용덕 감독이 공격적인 투구를 강조하고 있다.
▲ 감독님이 공격적인 걸 원하시고, 나 역시 공격적인 성향이다. 어떻게 하면 적은 공으로 이닝을 끝낼까 고민한다. 불필요한 공은 던지지 않으려 한다. 이리저리 빼는 것보다 한가운데 넣더라도 과감하게 승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 투심 패스트볼도 새롭게 구사하기 시작했다.
▲ 이제 쓸 때가 됐다. 이전에도 던지긴 했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잡힌다. 앞으로 투심 비율을 높이려 한다. 괜찮게 쓸 것 같다.
- 한화 국내 선발진의 힘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이 기회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 경기라도 기회를 잡기 위해 정말 아등바등하고 있다. 20살이든 40살이든 한 번의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건 같다. 동등하다.
- 김민우·김재영 등 젊은 후배들과 선발 경쟁관계에 있다.
▲ 팀으로 보면 젊은 후배들이 커줘야 한다. 하지만 아직 내가 후배들에게 뒤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민우와 재영이에게도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깡다구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해주곤 한다. 풀어진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된다. 좋아하는 후배들이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으면 좋겠다.
-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후배들을 많이 챙기는 편이다.
▲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려 한다. 후배들에게 뭐라 할 때도 있지만 내가 어린 후배들들 보고 배울 때도 있다. 넓게 보고 소통하는 것이다.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고 함께 지내다 보니 나도 같이 젊어지는 느낌이다.
- 첫 스타트가 좋았는데 남은 시즌 각오는.
▲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나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배들에게 지지 않도록 하겠다. 그래야 팀도 더 강해진다. 작년 막판부터 좋은 흐름으로 오고 있다. 결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