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지켜보며 야구의 꿈을 키워온 ‘베이징키즈’가 훌륭하게 성장했다.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 속 데뷔와 동시에 각자의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는 지난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다시 한 번 야구의 붐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고, 당시 많은 아이들이 이 장면을 보며 야구의 꿈을 키웠다. 이름바 ‘베이징키즈’.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KBO에 입성한 이들이 역대 신인 중 가장 화려하게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보인 선수는 강백호.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화려하게 등장을 알렸다. 강백호는 kt의 개막전이 열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맞대결에서 8번-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첫 타석인 3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 홈런을 쳤다. 상대는 지난해 20승을 거둔 헥터 노에시. 역대 신인 중 개막전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것은 1988년 4월 11일 롯데 조경환이 처음. 그러나 고졸 신인은 강백호가 최초다. 이후에도 강백호는 꾸준하게 안타를 치면서 타율 4할2푼9리, 장타율 1.000로 ‘미친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같은 날 한동희(롯데)도 개막전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7번-3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한동희는 2회 첫 타석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투수에서는 양창섭과 곽빈이 같은 날 첫 승을 신고했다. 28일 광주 KIA전에서 선발 등판한 양창섭은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져서 4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면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뒀다. 최고 145km/h의 직구를 중심으로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안정적으로 구사하면서 ‘대형 신인’으로 모았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했다. 양창섭은 역대 6번째 데뷔전 선발승을 거둔 고졸 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1991년 롯데 김태형, 2002년 KIA 김진우, 2006년 한화 류현진, 2014년 LG 임지섭과 넥센 하영민이 양창섭 이전에 고졸 신인으로 데뷔전에서 선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곽빈은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구원 등판해 위기 상황을 막고 승리를 불러내 데뷔승을 챙겼다. 3-4로 지고 있던 8회초 1사 2루 위기에 올라와 두 타자를 삼진 한 개 포함해 깔끔하게 막아냈고, 팀이 8회말 역전에 성공하면서 곽빈은 첫 승을 챙겼다.
한화 박주홍도 꾸준히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3경기 나와서 1⅓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경험을 쌓고 있다. 28일 NC전에서는 8회 1사에 등판해 첫 타자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최준석, 나성범을 연이어 우익수 뜬공과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으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이닝을 종료하기도 했다.
비록 출신 고교는 다르지만 이들은 청소년 대표팀에서 함께 한 인연으로 함께 단체 채팅방도 있을 정도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단체방'을 통해 이들은 각자 소속팀의 '막내'로서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을 해주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
한동희와 강백호는 데뷔전을 앞두고 내기 하나를 했다. 바로 프로 첫 홈런을 누가 칠 것인지다. 결국 강백호가 첫 타석부터 홈런을 쳤고, 한동희는 "나도 안타를 쳤지만, 밥을 사게 됐다"고 웃었다.
곽빈 역시 양창섭의 호투에 자극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기를 마치고 "(양)창섭이가 잘 던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도 욕심이 났다"라며 경쟁 심리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비록 적이지만, 함께 경기를 뛰었던 한동희에 대해서도 "한 번 상대해보고 싶었는데 타석이 돌아오지 않았다"라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누구보다 이기고 싶은 '라이벌'인 만큼 동갑내기들의 선의의 경쟁 속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잡게 됐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