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경기 봤을 뿐이다".
삼성의 아기사자 양창섭(19)이 큰 일을 했다. 지난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의 팀간 2차전에서 선발등판해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4안타만 내주고 3개의 탈삼진을 곁들이 완벽투였다.
고졸루키가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낚은 것은 이번이 6번째이다. 특히 무실점 데뷔 선발승은 2006년 류현진이 4월 12일 잠실 LG전에서 7⅓이닝 무실점 이후 역대 두 번째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강하다는 KIA의 강타선을 요리한 비결은 과감한 승부였다.

일단 직구의 힘이 뛰어났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는 모습이 자주 나왔다. 여기에 타자의 방망이를 유인하는 스플리터의 궤적이 뛰어났다. 슬라이더는 스스로 만족하지 않았지만 직구와 포크의 위력이 워낙 좋았다. 특히 몸쪽으로 과감하게 승부를 펼치는 등 포수 강민호의 리드 한몫을 했다.
양창섭은 여러 명을 살렸다. 우선 팀을 살렸다.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연속으로 부진한 데뷔전을 치르며 실망을 안겨주었다. 올해도 선발야구가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양창섭이 역대급 호투를 펼치며 선발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향후 선발진 운용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팀 분위기도 살렸다. 두산과의 개막전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2차전에서는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했다. 아울러 KIA와의 첫 경기는 0-17로 역대급 패배를 당했다. 연패로 빠질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9살 막내투수 양창섭의 호투로 팀에 다시 활력이 생겼다. 시즌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모처럼 실력있는 고졸 루키 한 명이 가져온 효과는 컸다. 그러나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는 들뜨지 않았다. 오치아이 코치에게 양창섭의 첫 투구를 평가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김한수 감독도 "양창섭이 잘 던졌다"면서 칭찬을 했는데도 오치아이 코치는 "이제 한 경기 봤을 뿐이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면서 냉정함을 유지했다.

냉정하게 말한 이유는 어린 양창섭이 들뜨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19살 풋나기 투수가 역대급 데뷔승을 따내고 자만심에 우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당장 언론들은 슈퍼루키의 출현에 대서특필하고 있다.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이 갑자기 인기를 얻으면 자기 조절이 쉽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의미로도 풀이가 된다. 이제 데뷔전을 치렀을 뿐 정상급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리드의 정상급 타자들을 모두 경험하면서 실패도 하고 깨달음도 얻으면서 진정한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다. KBO리그를 들뜨게 만든 슈퍼루키가 훌륭한 스승을 만난 듯 하다. /sunny@osen.co.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