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무너졌다. 그래서 더 상처는 쓰라렸다. 롯데는 그렇게 개막 4연패 수렁에 빠졌다.
롯데는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5-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개막 이후 첫 승을 신고하는데 다시 한 번 실패했다.
일단 앞선 3경기 동안 침묵을 지켰던 타선은 어느 정도 회복을 한 모양새다. 득점 응집력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총 10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올 시즌 한 경기 팀 최다 안타다. 어쨌든 때려내서 출루를 하게 된 것은 타격감의 회복, 그리고 득점 기회 창출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타격감보다 더 뼈아픈 것은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에 있던 두 명의 젊은 선수가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주전 3루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한동희, 그리고 이젠 필승조로 계산이 서는 단계로 향해가던 박진형이 흔들렸다.
타석과 수비에서 신인답지 않은 당돌한 모습을 보여줬던 한동희의 실책이 역전패의 발단이 됐다. 수비만큼은 팀 내 다른 3루수 자원들보다 확실하다고 평가 받았던 한동희였기에 아쉬움이 컸다. 4-3으로 앞서던 8회말, 선두타자 오재일의 내야 뜬공 타구를 놓쳤다. 유격수와 3루수 모두 수비 범위에 들어온 타구였고, 한동희가 콜을 외쳤지만 낙구 지점을 놓치면서 엉거주춤하다가 포구에 실패했다.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다. 이후 지미 파레디스의 1루수 땅볼 타구 때 야수 선택이 나오면서 위기는 증폭됐다.
그리고 이 위기를 막아줬으면 했던, 7회부터 올라와 역투를 펼치던 박진형이 결국 실투 하나에 무너졌다. 오재원을 희생번트로 처리하며 만들어진 1사 2,3루에서 김재호를 2루수 뜬공 처리해 한숨을 돌린 박진형. 2사 2,3루에서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일까, 초구에 한 복판 높은 코스의 속구를 던지다 역전 2타점 3루타를 얻어맞았다. 경기 분위기는 그대로 넘어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주환에게도 쐐기타를 허용했다. 팀도 막판 넘어간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9회초 1점을 만회했지만 2점 차이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확신이 무너지는 과정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장기 레이스에서 연패는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 시기가 개막 이후 극초반이었고, 투타의 미래라고 생각했고 젊은 선수들을 현재의 동력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나온 난조가 파장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팀의 4연패는 물론, 한동희와 박진형이라는 젊은 선수들의 기를 죽이지 않고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섣불리 주전 자리에서 뺀다거나 보직을 바꿀 경우, 젊은 선수들이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 믿음을 빨리 거두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믿고 활용하려고 하니 이들이 지난날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한 과욕이 걱정된다. 부상 등의 문제들이 따라올 수 있다. 이를 적절하게 안배할 수 있는 코칭스태프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롯데는 현재 유일하게 개막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팀이다. 그 과정에서 믿음과 확신이 무너졌다. 과연 롯데가 이를 어떻게 수습하고, 반전의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