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감독이 위기에 박주홍을 밀어붙인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3.29 12: 31

"맞아도 좋아, 승부해". 
한화는 지난 28일 마산 NC전에서 6-2로 이겼다. 승리한 팀의 덕아웃은 매번 시끌벅적하지만 이날은 유난히 더 들뜬 분위기였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초짜 신인 투수가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이었다. 좌완 투수 박주홍(19)이 그 주인공이다. 
박주홍은 한화가 6-2로 앞선 8회말 1사 2루 상황에 구원등판했다. 좌타자 박민우에 맞춰 올라왔다. 컨택이 좋은 박민우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박주홍의 데뷔 첫 볼넷 허용. 1사 1·2루로 주자가 쌓였다. 

NC는 좌타자 노진혁 대신 우타자 최준석을 대타 카드로 꺼냈다. 박주홍은 초구에 볼을 던졌다. 이 순간,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송진우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뛰어왔다. 불펜에선 우완 박상원과 마무리 정우람이 몸을 풀고 있었다. 4점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타고투저 시대에 한 번 흐름을 타면 뒤집어질 위험이 있었다. 
마운드에 올라온 송진우 코치는 투수 박주홍과 포수 최재훈을 모아 몇 마디 한 뒤 혼자 덕아웃으로 향했다. 숨을 고른 박주홍은 곧장 직구를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6구 승부 끝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송 코치가 올라온 뒤 박주홍이 5연속 직구로 과감하게 정면 승부했다. 
큰 산 하나를 넘었지만 다음 타자가 만만치 않았다. NC의 간판스타 나성범이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그래도 박주홍은 주눅 들지 않았다. 1-2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뒤 4구째 낮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것이다. 1사 1·2루 위기에서 베테랑 최준석과 강타자 나성범을 대범하게 처리한 박주홍의 모습에 한화 덕아웃이 들썩였다. 한용덕 감독은 덕아웃에 들어온 박주홍과 주먹을 부딪친 뒤 대견한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용덕 감독은 박주홍을 위기 상황에서 교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거기서 빼면 앞으로 못 쓴다. 믿어줘야 했다. 거기서 맞아도 밀고 나갈 생각이었다. 맞아도 좋으니 편하게 승부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순간의 위기 모면을 위해 빼버리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선수를 키우기 위해선 확실한 믿음과 메시지가 필요했다. 
갈수록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하며 경험치를 쌓고 있는 박주홍에겐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박주홍은 "평소처럼 긴장하지 않고 던졌다. (상대 타자 이름값에)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직구로 빨리빨리 승부해서 맞혀 잡겠는다는 생각뿐이었다. 송진우 코치님께서도 점수 차이가 있으니 직구로 정면 승부하라는 주문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박주홍은 지난 25일 고척 넥센전에도 4-1로 리드한 8회말 1사에 나와 서건창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교체된 바 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나 최준석과 나성범에게 아웃카운트 2개를 뽑아냈다. 좋을 때 바꿔주고, 스스로 위기를 이겨내며 조금씩 자랐다. 박주홍은 "앞으로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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