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최고 유망주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19)의 빅리그 신고식은 추억여행이었다.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또 한 명의 ‘괴수’의 등장을 알리는 서곡과도 같았다.
올해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몬트리올 엑스포스(워싱턴 내셔널스의 전신)에서 데뷔해 LA 에인절스, 텍사스 레인저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에서 활약하며 통산 16시즌 동안 2147경기 타율 3할1푼8리(8155타수 2590안타) 449홈런 149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1의 기록을 남겼다.
명예의 전당에는 비록 에인절스의 모자를 쓰고 입성하지만 그가 프로에 데뷔한 뒤 이름을 알리며 전성기로 도약했던 팀은 몬트리올이었다. 몬트리올에서 8시즌 동안 1004경기 타율 3할2푼3리(3763타수 1215안타) 234홈런 702타점 OPS 0.978의 성적을 남겼다. 게레로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었지만 몬트리올의 사실상 마지막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27~28일(이하 한국시간)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와 세인트루이스의 시범경기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게레로 때문이었다. 물론,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게레로는 아니었다. 바로 그의 아들 게레로 주니어가 토론토 소속으로 방문했기 때문.
게레로 주니어에게도 몬트리올은 과거의 추억에 잠기게 한 장소였다. 토론토 지역 언론인 ‘스포츠넷’과의 인터뷰에서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왔을 때 처음 했던 일은 아이스크림 기계를 찾아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이스크림 기계는 찾을 수 없었다”고 웃었다.
게레로의 향수를 잊지 못한 몬트리올의 야구팬들은 게레로 주니어의 등장을 열렬히 환호했다. 27일 경기에서 7회초 경기에 출장했고 7회말 타석에 들어섰을 때 기립박수로 그의 출장을 맞이했고, 과거 게레로의 몬트리올 유니폼을 흔드는 팬들도 보였다.
어린 시절을 보낸 몬트리올을 이젠 야구 선수로 다시 찾은 게레로 주니어의 출장 소감은 어땠을까. 그는 “처음에는 떨렸지만 필드에 들어서자 그저 또 다른 경기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떨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립박수를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집으로 돌아온 것과 같이 행복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자신을 열렬하게 맞이해준 몬트리올의 야구팬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로 보답했다. 이튿날인 28일, 0-0으로 맞선 9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등장해 좌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짜릿한 끝내기 홈런이었다.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은 25,816명의 관중들에게 과거의 향수를 다시 한 번 자극하는 짜릿한 끝내기 홈런이었다. 게레로 주니어와 아버지 게레로, 그리고 몬트리올 야구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완벽한 추억여행의 결말이었다.
아버지 게레로는 아들의 끝내기 홈런 장면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공유했고, ‘priceless’라는 단어를 해시태그로 걸었다. 시범경기 홈런이라도 함부로 값을 매길 수 없고, 소중한 홈런이라는 뜻이었다. 게레로 주니어는 끝내기 홈런 이후 “아버지가 내 홈런 장면을 봤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버지께서 아마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다”며 아버지를 먼저 떠올렸다.

MLB.com 역시 아버지 게레로에 빗대어 게레로 주니어를 묘사했다. “게레로 주니어의 타격 메커닉은 맨손 타법과 투수를 향해 배트를 흔들며 취하는 타격 자세 등 아버지와 놀랍게도 닮았다. 아버지와 비슷한 얼굴가지 더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예상이지만 어린 게레로도 그의 아버지와 비슷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인지하는 능력은 더 낫다는 것이다.” 아버지 게레로는 현역 시절 배드볼 히터로 명성이 높았는데, 게레로 주니어는 좀 더 선구안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아버지를 오마주한 것은 물론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토론토 구단은 게레로 주니어의 몬트리올 재입성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했다. 아버지 게레로의 등번호는 27번이었다. 27번이 새겨진 게레로의 몬트리올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도 다수였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당초 게레로 주니어는 등번호 27번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구단은 이미 몬트리올로 향하기 전 게레로 주니어에게 깜짝 선물을 하기 위해 등번호 27번의 유니폼을 몰래 넣어뒀다고.
게레로 주니어는 현재 MLB.com 선정 유망주 전체 3위, 팀 내 1위에 해당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2015년 국제 유망주 계약을 통해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39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하이 싱글A에서 존재감을 내비쳤고, 유망주들의 경연장인 올스타 퓨처스게임까지 출장한 바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도 4경기 13타수 7안타(1홈런) 2타점 OPS 1.385의 괴수 같은 활약상을 보였다.
일단 게레로 주니어는 시범경기 이후 더블A인 뉴햄프셔 피셔캣츠로 이동한다. 이미 잠재력을 인정받은 만큼 머지않아 콜업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과거 아버지가 몬트리올에서 보여줬던 ‘괴수’같은 능력을 아들도 보여주며 ‘괴수 주니어’의 칭호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jhrae@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버지 게레로와 게레로 주니어. 토론토 sportsnet 캡처(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