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김태훈의 굳은 각오, “시행착오 되풀이 없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29 13: 25

김태훈(28·SK)은 2017년 6월 11일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김태훈은 이날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했다. 한창 신이 나서 공을 던질 때였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1⅔이닝 동안 6개의 안타를 맞고 7실점한 끝에 조기 강판됐다.
한 경기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태훈이 이날 경기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하락세의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김태훈은 지난해 5월 부상을 당한 스캇 다이아몬드를 대신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성적도 좋았다. 4~5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으며 신뢰를 얻었다. 5월 26일 LG전에서는 데뷔 후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을 기점으로 무너졌다.
이 경기에서 충격이 컸던 김태훈은 이후 5월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후 찾아온 선발기회도 단 한 번이었다. 이날 부진은 버릇이 잡힌 탓이라는 뒷이야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태훈은 굳이 그런 핑계를 대지 않는다. 김태훈은 “그런 것보다는 그 경기 후 심리적으로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그랬던 김태훈이 다시 뛴다. 보직은 지난해와 같다. 김광현 등 선발투수들의 휴식이 필요할 때는 선발로 뛰고, 나머지 시간은 불펜에서 롱릴리프 임무를 수행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초반 페이스다. 지난해에는 5월에야 1군에 올라왔지만, 올해는 플로리다 캠프 당시부터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캠프 MVP에 오르기도 했다. 아직 쌀쌀한 3월에도 145㎞가 넘는 빠른 공은 고무적이다.
겨우내 다이어트와 싸움을 벌인 김태훈은 살을 많이 뺐다. 소위 말해 물만 먹어도 찌는 스타일인데, 각고의 체중 조절을 통해 캠프 참가 조건을 채웠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김태훈은 “살이 빠지니 몸통의 회전력이 좋아졌다. 스트라이드 등 중심이동이 좋아졌다. 구속이 올라가니 자신감도 붙었다. 또 패스트볼로 카운트가 잘 잡히면서 변화구를 던질 때의 마음이 편해졌다”고 연쇄효과를 설명했다.
사실 김태훈의 보직은 불펜에서도 가장 고된 보직이다. 선발로 나서 80개 이상을 공을 던지다 며칠 휴식을 취하고 다시 불펜에서 경기에 나가야 한다. 지난해는 이런 루틴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는 게 김태훈의 솔직한 속내다. 김태훈은 “이런 보직이 처음이었다. 내가 여기에 대한 경력이 없으니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경험이 쌓인 만큼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도 읽힌다. “보완하겠다”고 밝힌 김태훈은 두 번의 시행착오는 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다진다.
빛이 나는 보직은 아니다. 그러나 김태훈은 팀에 도움이 된다면 만족한다는 생각이다. 김태훈은 “어떤 보직이든 묵묵히 소화하고 싶다. 내가 잘 던지면 한 단계 올라가는 발판도 생길 것”이라고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예전의 선배들을 떠올렸다. 김태훈은 “채병용 고효준 전병두 선배가 그런 보직에서 묵묵히 공을 던지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그래야 광현이형을 비롯한 선발들도 부담을 덜고, 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가동의 시기가 빨리 왔다. 우완 에이스인 메릴 켈리가 가벼운 어깨 통증으로 열흘간 자리를 비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김태훈에게 대체자 임무를 맡겼다. 30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로 나간다. 지난해 이상의 공헌도를 꿈꾸는 김태훈에게 찾아온 첫 시험대다. 하지만 김태훈의 공과 어투에는 자신감, 그리고 지난해보다 한결 나은 여유가 묻어있다. 올 시즌 SK의 키플레이어가 출격 준비를 마쳤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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