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낙관적이었던 것일까.
롯데 자이언츠의 지난해를 화려하게 장식했고, 올 시즌 역시 호성적을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불펜진이었다. 마무리 손승락이 건재하고 박진형이라는 필승조가 버티고 있었다. 조정훈이 뒤늦게 시즌을 준비하며 이탈자가 생겼지만 그리 불안해하지 않았다. 우완 불펜 투수진이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공백을 충분히 채워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구승민, 진명호, 김대우, 장시환, 조무근 등이 후보군이었고, 이들의 경쟁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도 롯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현재까지는 이러한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아직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동안 너무 낙관적인 희망만 노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스프링캠프부터 줄곧 롯데는 우완 불펜 투수진의 옥석 가리기를 했던 코칭스태프였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보다는 한층 원숙한 기량을 뽐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능성과 잠재력, 희망 모두 충분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아직 검증은 덜 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펼쳤다고 한들, 검증이 됐다고 말하기에는 표본이 적었다.
결국 롯데 불펜진에서 확실하게 계산이 서는 자원은 박진형과 손승락 둘 뿐이었다. 결국 시즌 개막에 들어선 뒤에야 현실과 마주했다. 지난 24일 SK와의 개막전, 5-5 동점을 만든 뒤 맞이한 7회말 진명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7회말 2사 후 김동엽에 솔로포를 얻어맞고 결승점을 헌납했다. 이후 이재원에 볼넷, 김성현에 안타를 내주는 등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박진형으로 교체됐다. 박진형은 급한불을 껐지만 진명호가 맞은 솔로 홈런은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 됐다.
이튿날인 25일 역시 6회까지 0-2로 근소한 점수 차로 경기가 진행됐다. 추격 사정권이긴 했다. 그러나 7회말 이명우를 원포인트 릴리프로 투입해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올라온 김대우가 첫 타자 나주환에게 솔로포를 맞았다. 최정에게도 2루타를 내주며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두 타자만 상대한 채 구승민으로 교체됐다. 구승민도 위기를 진화하지 못했다. 한동민에 투런포를 헌납, 승부의 추를 완전히 기울게 했다.
진명호는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와 사실상 추격조였다. 큰 점수 차에서 등판 기회가 많았다. 김대우도 지난해 타자에서 투수로 재전향 한 뒤 만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구승민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구원왕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1군에서는 물음표였다. 결국 기대했던 우완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난조를 보이면서 낙관적이던 불펜 상황은 순식간에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결국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 1승이 급한 롯데는 불펜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였던 박진형을 4-3, 1점 차로 앞선 7회부터 투입했다. 선발 김원중이 5회까지 책임졌고 장시환이 6회를 담당했다. 7회부터 박진형에게 2이닝을 책임지게 한 뒤 마무리 손승락에게 9회 바통을 넘기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박진형은 긴 이닝에 대한 부담, 그리고 수비진의 실책이라는 불운 속에 역전을 허용했고 2이닝을 책임지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와 패전의 멍에를 썼다.
만약 지난해 후반기 같은 상황이었다면 7회부터 8회까지 박진형과 조정훈이 나눠 맡은 뒤 손승락으로 넘기는 패턴이 가능했을 터. 하지만 현재 조정훈이라는 카드도 없기에 박진형 혼자 그 부담을 떠안고 있다.
지나친 낙관으로 현실성 있는 대안도 찾기 힘들 수 있다. 조정훈의 복귀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롯데의 불펜진의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