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그킥과 변화' 추신수, 배수의 진 2018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3.29 15: 00

배수의 진을 쳤다. 최근의 아쉬웠던 모습들을 잊기 위해, 과감하게 변화를 택했다. 2018년은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에게 도전의 해다.
추신수는 지난 2014년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리드오프였고, 호타준족의 대명사였기에 추신수에게 매겨진 값어치는 수긍이 갔다.
하지만 추신수는 지난 4년 간, 모두가 수긍할만한 성적을 올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4년 간 469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푼9리 64홈런 217타점 275득점을 기록했다. 연 평균 약 117경기 정도 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부상 악령에 시달렸던 것이 컸다. 이적 직후 발목 부상이 그의 질주를 방해했고, 이후 종아리, 햄스트링, 등에 통증이 찾아왔고 2016년에는 사구에 왼 손목 골절상까지 당했다. 2016년은 48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다.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추신수의 대형 계약은 잘못됐다는 의견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부상으로 인한 부진, 노쇠화라는 얘기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고액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에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여론이었다.
일단 지난해 149경기 출장하며 2할6푼1리의 타율과 3할5푼7리의 출루율을 기록했고 자신의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인 22개 타이를 만들어내며 부진들을 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추신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0대 후반의 베테랑 선수가 오프시즌 변화를 선택했다.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방법을 고집하지 않았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변화를 위한 고통도 감내하겠다는 자세였다. 저스틴 터너(LA 다저스)의 타격 폼 변화를 이끈 덕 래타 타격코치의 지도를 받고 레그킥(다리를 드는 타격 폼)을 행하는 타격 폼으로 바꿨다. 그동안 추신수는 다리를 들지 않는 토 탭(toe tap·다리를 들지 않고 앞발을 지면에 찍는 타격 폼)으로 타이밍과 밸런스를 유지했다. 비록 파워를 완벽히 전달하는 타격폼은 아니었지만, 타고난 힘 덕분에 20개 안팎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었다.
그러나 추신수는 최근 발사각과 타구 속도 등 타구의 트렌드에 발맞추고,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레그킥으로 힘을 실어 타구를 멀리 보내는 방안을 선택했다.
끊임없는 반복 연습을 통해 타격폼을 몸에 익혔지만 일단 시범경기 초반에는 다소 난항을 겪었다. 첫 4경기에서 7타수 1안타(2루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바꾼 타격 폼으로 홈런포를 가동한 것은 적응이 막바지에 돌입했다는 증거였다.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고, 다음 경기인 7일 오클랜드전에서는 3안타 경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추신수의 변화는 일단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정착이 된 듯하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4리(46타수 14안타) 2홈런 9타점 9득점 9볼넷 7삼진 출루율 0.418 장타율 0.522의 기록으로 마무리 했다. 레그킥으로 타이밍과 밸런스가 다소 불안해질 수 있었고, 선구안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지만 추신수는 이 모든 것들을 유지한 채 장타력을 배가시켰다. 텍사스 이적 이후 5년 간 맞이한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좋은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타격적인 면에서 일단 변화를 택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추신수이지만, 팀 내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단 구단이 추신수의 수비력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줄곧 지켜왔던 우익수 자리가 아닌 지명타자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고액 연봉자이고,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던 수비 포지션을 뺏긴 것은 추신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추신수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굴하지 않고 묵묵하게 절치부심의 원년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다. 물음표를 제기하는 시선들도 있지만 추신수에게 기대를 내비치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다. 텍사스에서 5번째 시즌을 맞이해 변화 그리고 도전을 택한 추신수의 2018년, 과연 162경기를 치른 뒤 어떤 결말을 마주하게 될까. 추신수의 텍사스는 오는 30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대장정에 돌입한다. /jha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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