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이견 대립이나 폭로에서 사과로 이어지는 올바른 흐름이 아닌 제3자들의 SNS 말싸움으로 번지고 있어 피로감을 안긴다. 이는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하자는 미투 운동의 본질과 기본 방향에서 벗어난 것이어서 당사자들의 감정 정리는 물론 미투 운동에 대한 환기가 필요해 보인다.
곽도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자신을 비꼬아온 박훈 변호사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박훈 변호사님, 인터넷으로 변호사님의 의견을 잘 봤다”며 “임사라 변호사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저랑 1억빵 내기하실래요? 제가 이기면 변호사님께 받은 돈으로 이윤택 피해자들과 101명 변호인단 모시고 소고기로 회식하겠다. 동의하느냐”는 도발적인 멘트를 날렸다.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예의를 갖춘 표현이지만 읽으면 읽수록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어 곽도원은 “어떠세요? 콜? 만약 제가 이기면 끝까지 받아낼 거다. 마른 오징어에서 엑기스 나오는 거 아시죠? 답십리 똥식이가ㅎㅎㅎㅎㅎ”라고 마무리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에 응하는 것이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상대방의 심리를 건드린 자극적인 멘트였다.
곽도원의 이번 글은 지난 27일 박훈 변호사가 SNS에 작성한 메시지에 대한 화답성이었다. 박 변호사는 곽도원의 소속사 대표 겸 변호사 임사라에게 “미투에 동참하는 피해자들을 '꽃뱀'이라고 한 사람이 무슨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것이냐. 당신은 이 사태에 대해 명백히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나는 당신과 곽도원 배우의 관계를 알고 있다. 진짜 이윤택 사건의 피해자들이 꽃뱀 짓을 했겠나. 내가 당신과 곽도원의 관계에 대해 소설을 써도 되는가. 당신 소설처럼 그렇게 그럴싸하게 써도 되는가. 18년차 변호사로서 충고하는데 어설픈 짓 그만하라. 자네는 곽도원을 아주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다. 그만 사과하고 물러나게나”라고 적었다.
곽도원이 ‘1억 내기’를 제안하자 박 변호사도 다시 한 번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변호사라는 직업윤리에 맞지 않게 감정적으로 움직였다. 그는 29일 오전 자신의 SNS에 “근데 난 임사라 하고 대담했는데 네(곽도원)가 왜 나서냐? 자근자근 밟아주마. 나에게 도발했다. (곽도원이) 내기를 했는데 난 뛰어들 거다. 곽도원아, 1억 걸고 10억 더하자”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박 변호사는 “네가 임사라를 감싼다고 나한테 내기했지. 녹취록 다 까고 문자 다 까. 곽도원이 결국 임사라를 보호하기 위해 나한테 1억 도발하고 난 10억을 베팅했다. 베팅은 아무 때나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前연희단 거리패 출신 배우 4인과 곽도원간의 갈등과 관계 회복을 넘어 말싸움 수준으로 격하된 셈이다. 지금까지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초고속 상황 변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본질의 변화는 당연히 긍정적인 미투 운동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련의 미투 운동의 해결방향은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의 선례로 남을 만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곽도원이 그동안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쌓아온 공든 탑이 변질된 미투로 무너져서야 되겠는가./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