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박기영 "데뷔 20년, 성적 채찍질 끝…여유 찾았죠"
OSEN 정지원 기자
발행 2018.04.01 08: 56

가수 박기영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기존의 사계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하반기 8년만의 정규 8집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며 20주년을 자축한다. 
결혼과 육아, 음악까지 절묘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야 하지만, '멋지게 살겠다'는 목표 하에 힘 빼지 않고 즐겁게 음악을 하는 박기영의 모습에서 데뷔 20주년을 맞은 여유가 느껴진다. 지난 28일 딸과 부른 봄맞이 송 '아이 러브 유 투'를 내놓은 박기영에게 데뷔 20주년은 어떤 느낌일까. 
◆신곡 '싱 포 유'는 어떤 노래인가.

-'싱 포 유'를 통해 받은 팬 사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다. 나를 좋아해주는 '팬심'이 그 사연이었는데, 사랑에 빠져서 미친 것 같고, 운동하면서 보충제도 필요없을 정도로 내가 그 팬의 에너지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정말 감사했고, 그 분을 위한 노래를 만들기로 했다. 그 팬도 이 노래가 자신의 사연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날아다니고 있다 하시더라. 
◆팬이 아닌 가수로서 '팬심'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나.
-전혀. 사랑하면 나타나는 모든 증상들이다. 나에겐 딸과 남편이 그런 존재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약 먹은 듯 기분이 좋고 히죽히죽 웃고, 내 마음을 아무리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고 그 마음이 샘솟는 그 감정. 누구나 한 번은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팝페라, 릴테이프 등등 신곡 발표마다 도전을 이어왔다. 음악적인 목표가 있나.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서 음악이 나온 것 뿐, 난 목표지향적 사람은 아니다. 크로스오버에 처음 도전한 대중가수, 릴테이프로 스튜디오 라이브를 진행하고 음반을 낸 것도 내가 처음이라던데, 만약 내가 처음인 걸 알았다면 겁이 나서 못했을 지도 모른다. 
◆'아이 러브 유 투' 은 전작들에 비해 굉장히 가볍고 밝다.
-계절성을 담아 편안하게 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거짓말'처럼 굉장히 밑으로 파고드는 노래의 경우, 웅장함을 더하기 위해 60단계에 걸쳐 코러스를 녹음하며 굉장히 힘들었다. 녹음을 즐거워하는 편이지만 그 땐 아니었다. 분위기가 다른 두 곡의 녹음 과정 차이점은 '딸의 유무'다. 침잠해야 하는 곡을 부를 땐 아이를 녹음실에 못 오게 하고, 이번 노래처럼 방방 뜨는 곡을 녹음하면 딸을 데려와 놀게 한다. 그 외의 경우엔 편안하게 녹음하는 편이다. 
◆이번 신곡엔 딸 가현 양의 목소리를 담았다.
-신곡 녹음 진행 도중 유치원을 마친 딸이 녹음실로 왔다. 녹음하는 걸 듣더니 곧장 따라부르길래 녹음실로 불러 목소리를 담았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게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라, 딸도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르더라. 
◆가수를 해도 될 정도로 목소리가 예쁘더라.
-가수 한다고 할까봐 걱정이다. 우리나라엔 가수가 너무 많다. 물론 본인이 원한다면 하게 할테지만, 재능이 있다는 이유로 내가 굳이 뭔갈 시키진 않을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게 할 것이고, 지금도 난 그렇게 키우고 있다. 최근엔 공부와 학습을 하기 싫다고 하기에 숲에 있는 놀이유치원으로 딸을 보내줬다. 딸의 선택을 믿고 따라주는게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딸을 예뻐할 뿐이다. 
◆'가수'와 '엄마' 간극을 조율하기 어렵지 않나.
-나의 정체성은 '음악이 직업인 가현이 엄마'다. 음악은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음악이 취미이자 특기라 직업이 됐고, 지금도 음악으로 먹고 살고 있지만, 이것이 내 전부가 돼선 안된다.  
◆'음악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어릴 적 음악이 전부라 믿었을 때, 나는 음악으로 어떤 가치를 얻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성공하고 목표를 달성해서 가치를 얻는데 매달리는 순간, 그 순간 음악이 즐겁지 않았다. 음악의 흥망성쇠에 따라 내 삶이 휘둘리고 있는걸 느꼈다. 변화가 필요했다. 방랑자처럼 여행을 떠났고, 종교에 귀의도 해봤고, 책을 읽거나 인문학에도 기웃거렸다. 그 과정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아이의 생을 책임져야 하는건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그때 비로소 진정으로 음악을 하고 싶어졌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성적에 연연하며 음악을 하던 게 아니라, 그냥 진짜 음악 그 자체를 하고 싶어진 거다. 그 이후로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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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라이트 퍼플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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