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송은범을 되살린 두 가지 변화의 비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3.30 06: 16

이번에는 진짜로 부활할 것 같다. 
한화 투수 송은범(34)의 2018시즌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지만 불펜에서 의외로 쏠쏠하게 잘 던지고 있다. 시즌 첫 2경기는 뒤지고 있는 시점에 나서 도합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크게 부담되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29일 마산 NC전은 달랐다. 
선발 김민우가 2회 1사에서 손시헌의 머리를 맞혀 '헤드샷 사구' 퇴장을 당했다. 롱릴리프 송은범이 긴급 투입됐지만, 흔들림 없이 6회까지 4⅔이닝을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막았다. 3피안타 1사구를 내줬을 뿐, 볼넷 없이 삼진 3개를 잡았다. 시즌 3경기 성적은 7⅔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사실 지난해에도 송은범은 시즌 첫 2경기에서 선발로 연속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다. 12⅓이닝 2실점. 다만 당시에는 7볼넷을 내줄 정도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해 초반에도 기록은 좋았지만 지금은 기록뿐만 아니라 내용이 좋다. 스스로 변화하려 노력한 것이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투구폼 변화. 한화 관계자는 "팔을 앞으로 끌고나오는 익스텐션 동작이 좋아졌다. 여기에 몸을 살짝 비틀어서 던지는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깨끗하고 일정한 투구폼에서 상대 타자들 타이밍에 맞아 떨어졌던 송은범의 모습이 더는 아니다. 타이밍을 미묘하게 빼앗기 시작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투구시 다리를 올리는 키킹 동작이 빨라졌다. 전에는 뭔가 느슨한 느낌이었는데 옆으로 살짝 꼬아 던지면서 다이내믹해졌다"며 "내가 주문한 건 아니다. 퓨처스 코칭스태프가 송은범에게 변화를 요구한 부분이다.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게 좋게 보인다"고 칭찬했다. 
1군 캠프에서 제외된 송은범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2군 캠프에서 최계훈 감독, 정민태 투수코치와 함께 변화를 위해 몸부림쳤다. 투구폼부터 구종 다양화를 위해 투심, 느린 체인지업, 스플리터까지 연습했다. 2군 캠프에서 10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고, 퓨처스 코칭스태프도 송은범을 1군에 적극 추천했다. 
두 번째는 투심 패스트볼 장착. 송은범은 포심-슬라이더 투피치에 가까운 스타일이었다. 깨끗한 투구폼에 깨끗한 공들이라 구속이 빨라도 쉽게 맞았다. 이에 송진우 투수코치는 송은범에게 투심을 주문했다. 볼끝이 살짝 휘는 투심은 포심에 비해 구속이 낮지만 움직임이 심해 범타 유도에 유용하다. 한용덕 감독은 "송은범의 투심은 볼끝 무브먼트가 좋다"며 만족했다. 
이날 NC전에도 그 효과를 제대로 봤다. 60개 공 중에서 무려 48개가 투심이었다. 특히 6회는 10구 연속 투심만 던졌다. 낮게 던진 투심은 삼진을 잡는 결정구가 되기도 했다. 최고 구속은 143km, 평균 140km로 빠르지 않았지만 낮게 높낮이 조절만 되면 통했다. 이날 내야 땅볼도 병살 포함 6개 유도했다. 
한용덕 감독은 "제구도 낮게 되고 있고, 공격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 지금 같으면 앞으로 많이 기용할 생각이다"고 호평을 내렸다. 두 가지 과감한 변화로 재기의 실마리를 찾은 송은범에게 남은 과제는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