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만 1조원',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정공법' 택했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8.03.30 06: 55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28일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선진화된 출자구조 구축을 위한 첫 시동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양도세만 1조 원에 이르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주사로 전환했더라면 대규모 세금을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면서 글로벌 기업에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지지를 얻고 가겠다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 된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이후 지켜봐야 할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차그룹 대주주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고리의 실타래를 푸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이후에도 어떻게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느냐 이다. 
발표된 계획대로 현대모비스 및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등 사업구조 개편이 완료되더라도 기존 4개의 순환출자고리는 유지된다.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7월 말 이후 변경상장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 전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주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대주주가 합병 후 현대글로비스 주식 처분 등을 통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처분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전례가 없는 규모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측은 양도세 규모가 해당 시점의 주식 가격, 매각 주식수에 따라 다르게 계산되겠지만, 가볍게 1조 원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 원 이상인 경우, 양도세율이 주식을 매각하여 생긴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상향 조정된 점도 반영됐다.
최근까지도 투자 및 증권 업계는 출자구조 재편과 관련 현대차그룹이 일부 계열사의 투자 부분만을 따로 떼 지주회사를 만들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왔다. 이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 함으로써 그룹 전체 경영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방식을 택하면 대주주가 바로 양도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돼 대주주의 초기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경영권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주주가 지주사에 현물출자를 하면서 발생하는 양도차익 금액에 대해서는 해당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과세를 이연해 주고 있다. 관련 규정은 올해 안에 일몰된다. 
대신 이 경우 사회적 책임을 할 수 없다. 대주주가 세금 한 푼 안내고 회사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비판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현물출자 방식을 취해 주주들과 시장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재편 과정은 대주주가 지분거래에 대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 차별화 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물출자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 구상을 접고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 체제로 구조 개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이 시장에서 예측했던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경우, 대주주가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지주회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 할 경우에는 미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수 있는 대규모 M&A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지주회사 체제 내의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수하려는 기업 규모가 크면 클 수록 한 개 계열사가 인수 부담을 모두 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울러 현대·기아차를 각각 투자 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할 경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도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주주가 대규모 사재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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