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입 닫은 곽도원과 임사라 고소한 4人, 그리고 도발하는 박훈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3.30 11: 52

 前연희단 거리패 이윤택 대표의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곽도원의 소속사 대표 겸 변호사 임사라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 전 대표로부터 성폭력을 당해왔던 피해자들이 곽도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름에 먹칠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9일 오후 공대위는 이윤택의 피해자 4명으로부터 금품 요구하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임 대표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녹취록에 대해 입을 열지 않겠다고 했지만 입장을 전면 바꾼 것이다. 이들은 임사라 대표가 4인에게 금품 요구 협박을 받았다며 이틀 전(27일) 건넨 녹취록이 원본이 아닌 편집본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공대위 측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곽도원 측 임사라 변호사가 일방적으로 보내 온 녹음 파일은 전체가 아닌 일부 파일이고 해당 내용과 피해자들이 녹음한 내용, 상호 주고받은 문자 등은 협박이나 금품요구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임 변호사로 인한 2차 피해 우려에 대해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과 무관한 이번 사건은 임 대표가 25일에 올린 글 때문이다. 임 변호사의 주장은 이윤택 피해자 17명 중 4명이 연희단 출신 선배 곽도원을 24일 만나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만남 이후 피해자들이 전화로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폭로했고, 자신의 SNS에 ‘꽃뱀’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해 관심을 높였다. 이에 이윤택 사건의 피해자 이재령이 자신의 SNS에 자신의 후배들이 돈을 목적으로 곽도원에게 접근한 것처럼 매도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박훈 변호사가 나서고 있다. 경력도 짧은 임 변호사가 시건방진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면서 피해자들의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박 변호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모델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임 대표에게 “당신과 곽도원 배우의 관계를 알고 있다. 진짜 이윤택 사건의 피해자들이 꽃뱀 짓을 했겠나. 내가 당신과 곽도원의 관계에 대해 소설을 써도 되는가. 당신 소설처럼 그렇게 그럴싸하게 써도 되는가. 18년차 변호사로서 충고하는데 어설픈 짓 그만하라. 자네는 곽도원을 아주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다. 그만 사과하고 물러나게나”라고 충고했다.
이에 곽도원은 28일 박 변호사를 겨냥해 내기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임사라 변호사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저랑 1억빵 내기 하실래요? 마른 오징어에서 엑기스 나오는 거 아시죠”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곽도원이 ‘1억 내기’를 제안하자 박 변호사도 다시 한 번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29일 “난 임사라에게 말했는데 네(곽도원)가 왜 나서냐? 자근자근 밟아주마. 곽도원이 내게 도발했다. 곽도원이 내기를 했는데 난 뛰어들 거다. 곽도원아, 1억 걸고 10억 더하자”라고 맞받아쳤다.
같은 날 이윤택 피해자 측 변호인단이 명예훼손으로 임 대표를 고소하자 박 변호사는 이튿 날인 오늘 “곽도원과 임사라는 즉각 아니라고 반박하든지 아니면 깨끗하게 사과하고 자숙하기 바란다”는 글을 즉각 게재했다. SNS를 통해 도발하는 메시지를 날리며 친분 없는 곽도원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미투 운동이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대립이 아닌 관련 없는 사람들의 개입으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렇게 흘러가는 게 정상은 아닐 터. 무엇보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는 진실 규명의 과정이 결백을 자신하는 판돈 걸기라면 미투 운동의 본질과는 더욱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미투는 돈과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촉발된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랍시고, 아무리 홧김이라지만, 판돈을 걸고 내기를 하다니 엇나가도 한참 엇나갔다. 나이와 명성이 지긋하신 분들의 SNS를 통한 설전이 미투의 본질을 흐려 안타까울 따름이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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