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에서 민 부장은 평범해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재벌집 집사 출신의 반전은 그래서 더 통쾌했다. 연극배우로 오래 활동하면서 조금씩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서경화는 수줍지만 연기에 대한 자신감은 넘쳤다.
KBS 2TV ‘황금빛 내 인생’은 시청률 45.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면서 화제 속에서 종영했다. 박시후와 신혜선은 물론 대상을 받은 천호진, 이태환, 서은수, 김혜옥, 나영희 등 수많은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면서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었다.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빛나는 한 장면을 가진 것은 민부장 역할을 연기한 서경화 였다. 민부장이 평생 모신 사모님인 노명희(나영희 분)에게 결정적인 반전과 함께 시원한 한 방을 날리고 집을 나서는 서늘한 눈빛은 모두에게 강렬하게 남았다.
“드라마 초반부터 쌓아온 것이 있었기에 이렇게 빛나는 한 장면을 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다시 한 번 작가님께 감사하다. 노명희라는 고상하게 행동했던 사람이 무너지고 밑바닥을 보이게 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튀지 않게 무리 없이 민부장 역할을 무사히 넘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서경화는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연기 이외에 인터뷰나 사진을 찍는 것을 어색해했다. 연기 이외에 서경화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대화를 하는 것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얼굴이 붉어지고 그랬다. 연기는 어떠한 다른 세상이다. 그 세상 안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 안전지대다. 연기는 무엇을 해야할 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만 연기를 하지 않는 순간 언제 무슨 일이 나한테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어릴 때는 세상이 무서웠다. 지금은 조금 성장했다. 아직 성장해야할 것들이 많다.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연기에 대해서 한 없이 진지한 서경화 곁에는 연극 연출이자 남편인 파트너가 있다. 뒤늦게 서경화를 연기의 길로 들어서게 한 사람이었고, 포기 하고 싶은 순간에도 응원을 해준 사람이었다.
“지금은 배우로 사는 것이 좋다. 어느 때까지는 정말 힘들었다. 남편이 연출이고, 그 사람 때문에 연기를 계속해서 이어올 수 있었다. 무대공포증도 있었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어려웠고, 마지막으로 도전한 연극 오디션에서 다행히 줄리엣 엄마 역으로 캐스팅 됐다. 그때 처음으로 연기가 하고 싶다고 느꼈다. 내가 계속 연기 그만두려고 할 때 마다 응원해준 남편에게 감사하다고 혼자 되뇌었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황금빛 내 인생’의 민부장, OCN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백도규(이효정 분) 회장의 아내, ‘사자’에서 강도훈 회장(박근형 분)을 보좌하는 권집사까지 이성적이고 냉철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이성적인 역할을 많이 주신다. 저도 나쁜 역할이든 따듯한 역할이든 차가운 역할이든 정신을 차리고 이성적이어야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발음을 정확히 하려고 애쓰고 목소리도 차가운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웃기도 잘하고 밝은 성격이다”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는 서경화는 수줍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단 한치의 양보도 없는 프로였다. 연기하면서 자유로워진다는 그의 또 다른 반전이 궁금해진다./pps201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