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무한도전', '1박2일'처럼 이 멤버 리멤버될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3.30 20: 58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은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한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10년 이상 멤버 하차 및 멤버 발탁, 사건 사고 등 온갖 풍파를 겪어온 것을 보면 그 자체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시청자 하나만 바라보며 초심을 잃지 않고 걸어온 것만 봐도 가식 없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무도’의 열혈팬들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2006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무한도전’은 이듬해 8월 시작한 KBS2 ‘1박2일’과 비견될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예능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이 1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역사와 전통, 정형화된 틀이 있는 지상파 채널이라는 점이 유효했다.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이었다면 시즌제 여부에 대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터. 그만큼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무도’와 ‘1박2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멤버 구성을 떠나서, 시즌제의 진행 여부이다. 시즌2가 성사될지 아직 확정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13년의 시간을 시즌1이라고 명명할 수 없다. 반면 ‘1박2일’ 시즌1은 2007년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했고 이어 시즌2가 같은 해 3월 일부 멤버를 재구성해 기존의 틀을 이어나갔다. 방송 기간은 앞선 시즌만큼 길지 않았는데 이듬해 11월까지, 총 89부작으로 방영 종료를 알렸다. 시즌3 역시 시끌시끌한 멤버 하차·발탁의 과정을 거쳐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무도’와 ‘1박2일’의 또 다른 차이점은 연출자의 변경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여러 명의 PD들과 작가들이 있지만, ‘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김태호 PD와 이언주 작가를 중심축으로 움직였다. 13년 동안 2~3주를 주기로 다른 아이템을 다루며 신선함을 안기는 데 주력한 반면 ‘1박2일’은 나영석PD부터 최재형 이세희 유호진 유일용 PD가 선배의 배턴을 이어받으며 나름의 개성을 살려 조금씩 변주해왔다는 것이다.
구성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복불복 게임을 하고 야간 취침자 결정, 입수 벌칙, 오전 미션 등의 구성으로 움직인다. 그럼에도 전국 시청률이 12~13%대를 유지하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같은 구성 및 형식을 유지해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여행지와 멤버들의 케미스트리가 살아있다는 것일 게다.
‘무도’의 종영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물론 제작진과 멤버들이 느낄 공허함, 슬픔, 그러면서도 시원섭섭한 마음을 보이는 건 당연해 보인다. 어제 오후 제작진과 멤버들끼리 종방연을 열고 마지막에 대한 회포를 풀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게 안타까운 마음을 배가한다.
김태호 PD는 30일 오후 서울 상암 MBC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보다 ‘그 판단을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후회와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다”며 “(종영을)아직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고 서서히 받아들여야 하는 사항인 거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 김 PD는 “시즌인지 아닌지도 확실하게 말할 순 없는 건 아직 머릿속에 구상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즌제를 정해두고 나면 저에겐 숙제가 되는 거다. 대중적일지는 모르나 색깔이 분명한 것들로 인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전하며 ‘무도’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만약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등의 멤버가 시즌2로 그대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기상천외한 미션에 도전하는 모습을 담는 스토리는 분명 아닐 터다.
지금 예능을 비롯한 방송가는 참으로 숨 가쁜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무도’의 시즌2에 대해 그 어떤 조심스러운 낙관조차 불허하는 상황인 게,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평가가 한층 더 전문적이고 까다로워졌으며 1~2시간씩 TV 앞에 앉아서 참고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시 ‘무도’ 시즌2로 돌아올 것이라면 김PD만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살릴 색깔 있는 프로그램이 돼야할 것이다.
모두 옛날 그때의 ‘무도’를 바라고 있다고는 하지만 속내와 방법론은 엄청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 또한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한다. 그럴수록 막연한 희망적 사고를 버리고 냉정하게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김PD는 모든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MBC와 시청자들의 입장을 조율해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단지 ‘무도2’를 위한 만남만 되풀이하는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다./ purplish@osen.co.kr
[사진] MBC·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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