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13년을 추억하며 그동안 느꼈던 부담감과 공허함을 솔직하게 전했다.
30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MBC 센터에서는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김태호 PD는 이날 13년간 ‘무한도전’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바로 ‘자괴감’과 ‘부족함’이었다. 김 PD는 유난히 자신에게 박했고, 자신을 나무랐다. ‘무한도전’의 종영도 “나라는 인물 때문에 스토리가 더 뻗어나가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초반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좌충우돌하던 ‘무한도전’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예능으로 성장하면서 지켜야할 룰과 일정 카테고리가 생겼다고 말하며 “그 안에서 놀아왔던 거 같다. 2010년 넘어서부터는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즌제를 처음 건의한 건 2008년”이라고 말했다. 10년 전ㅂ터 시즌제를 건의했다는 김태호 PD의 고백은 ‘무한도전’을 위한 그의 고민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하나씩 예능을 만드는 건 전쟁과도 가까운 일이었을 터다. 김 PD는 “늘 ‘무한도전’이란 주어를 두고 질문을 했다”며 점점 신선도를 잃어가는 ‘무한도전’을 보는 것이 힘들었음을 내비쳤다. 김태호 PD는 새로운 사람이 방향키를 잡는다면 ‘무한도전’이란 배가 더 큰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데, 그 기회를 자신이 놓치게 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13년 만의 시즌1 종영은 ‘무한도전’을 위한 김 PD의 결단이었다. 김태호 PD는 “13년 동안 부족한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다. 스토리텔링이 좋은 PD가 맡으면 참 좋겠고, 그러면 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며 ‘무한도전’의 시즌 종영에 대한 의견을 멤버들에 전했다고. 그렇게 멤버들은 다 함께 박수 치며 ‘무한도전’을 잠시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을 연출하는 김태호 PD이지만, 그만큼 왕관의 무게는 무거웠다. 김태호 PD는 “시청자들이 유난히 ‘무한도전’에 엄격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고, 그래서 서운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와 보니 그 또한 ‘무한도전’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모두가 박수칠 때, 김태호 PD의 공허함은 더욱 커졌다고. 김 PD는 “역사특집 같은 걸 호평 받았을 때 ‘이대로 마지막이었으면’하는 그런 생각도 있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큰 특집을 하고 나면 제작진도 많이 소진돼 그 다음 특집 제작 때 힘든 경험을 정말 많이 했다. 호평보다 그 다음 주가 두려웠다. 프로레슬링, 역사, 토토가 등의 특집이 다 그랬다”고 고백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 PD는 “그래서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를 하면서 배달의 무도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 때에는 전략적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한 거다. 그랬더니 나중에 공허함이 2배로 오더라. 그런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며 공허함, 두려움과 싸우면서 13년을 버텨왔음을 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태호 PD는 MBC를 사랑했고 ‘무한도전’을 사랑했다. 김PD는 “난 앞으로도 꼬리표가 ‘무한도전’이라고 불려질 것이다”라며 이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그동안 이 프로그램 때문에 느낀 자부심도 남지만, 나로 인해 안 좋은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며 끝까지 ‘무한도전’에 대한 미안함을 남겼다.
13년간 대한민국 예능의 간판으로 활약했고, 시청자에 웃음도 눈물도 전한 김태호 PD. 이제 주어진 휴식 동안 그가 자책은 잠시 벗어두고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다시 채워서 돌아오길 기대할 뿐이다. / yjh0304@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