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13년을 시청자와 함께한 MBC '무한도전'이 31일 오후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김태호 PD가 직접 취재진과 만나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살짝 드러냈지만, 아직은 언제 돌아올지, 실제로 시즌2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캐릭터 예능의 시조새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무한도전'이라서 가능했고, '무한도전'이라서 더욱 재밌었던 수많은 특집들. 방송사 예능에 영향을 주고, 유행을 만들었던 특집과 트렌드를 정리해봤다.


◆ 지금도 회자되는 추격전
'무도'는 방송 초반부터 정해진 대본 대신 자연스러운 진행과 애드리브를 택했다. 제작진은 큰 틀을 마련할 뿐, 그 안에서 움직이고, 출연진 간의 케미를 만드는 건 멤버들의 몫이었다.
그중에서도 대본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새 장을 연 특집이 바로 추격전이다. 제작진이 마련한 상황 안에서 멤버들은 자유롭게 행동했고, 그러면서 각자의 캐릭터도 뚜렷해졌다.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를 시작으로 '여드름 브레이크' '꼬리잡기' '의상한 형제' '스피드' '공개수배' 등 레전드 추격전 특집이 탄생했고, 이러한 추격 콘셉트 예능은 SBS '런닝맨'으로 이어져 현재도 사랑받고 있다.

◆예능 최초 신개념 자막과 그래픽 효과
촌철살인 '무도' 자막은 때론 웃음을, 때론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거나 비판했다.
과거 예능 자막이 단순한 프로그램 설명이나 출연진의 이름, 멘트를 담았다면, '무도'는 출연자에게 말을 거는 형식을 보여주기도 했고,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선입견도 깼다. 시청자가 하고 싶은 말이나, 끼어들고 싶은 순간을 제작진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적재적소에 자막을 넣었다.
또, 13년간 계속된 해골 CG와 무도리 캐릭터 등 화려한 CG 기술은 또 하나의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 다른 프로그램과 컬래버레이션
인기 있는 다른 방송의 포맷을 가져와 '무도'에 녹아들게 했다. 그대로 따라하는 게 아닌, '무도'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보여줬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알아보는 '환상의 짝꿍'을 '환장의 짝꿍'으로, '천생연분' '장미의 전쟁'을 패러디한 '우리 미팅했어요', 패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프로젝트 런웨이', '2009 서바이벌 동거동락', 드라마 '공부의 신'을 떠올리게 만든 '예능의 신', 길의 첫사랑을 찾아간 '무도판 TV는 사랑을 싣고'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이 나왔다.

◆ 도전 ing...자매품 '무한걸스'
한 가지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는 것은 '무도'의 정신이나 다름없었다. 장기 프로젝트인 스포츠 댄스, 프로레슬링, 조정, 봅슬레이 등 진실된 땀을 흘렸던 특집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비인기 종목을 알리는 계기가 돼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았다.
이후 '무도'의 여자 버전인 '무한걸스'가 MBC 에브리원에서 론칭됐고,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황보 등이 출연해 시즌3까지 방송되기도 했다.

◆ 스포츠 스타가 사랑한 '무도'
과거 세계적인 축구 스타 앙리부터 최근 컬링 여자 국가대표 '컬벤져스'까지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는 꼭 '무도'를 찾았다. 골프 선수 미셀 위, 격투기 선기 표도르,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 농구 선수 스테판 커리, 복싱 선수 매니 파퀴아오, 피겨 여왕 김연아 등 종목도 다양했다.
예능 출연이 적은 스포츠 선수들이 인기 높은 방송에 출연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커졌고, 멤버들과 대결을 펼치며 보는 재미도 선사했다.

◆ 잊을만하면 돌아온 달력과 가요제
달력 만들기와 가요제는 '무도'를 대표하는 특집들이다.
2007년 강변가요제 이후 2009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등 2년마다 한 번씩 시청자를 찾아와 열광케 했다. 처음에는 멤버들끼리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빅뱅 지드래곤, 태양, 싸이, 이적, 유희열, 아이유, 박진영 등 실력 있는 톱가수들이 출연해 멤버들과 노래를 만들었다.
이어 달력 만들기 특집에서는 한겨울에 여름 달력 표지를 찍기 위한 멤버들의 고군분투가 웃음을 자아냈고, 달력을 판 수익금은 전부 기부하며 좋은 일에 앞장섰다.

◆ 1세대 아이돌 소환 '토토가'
20세기 추억의 가수들을 모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터보, 지누션, 엄정화, 조성모, 이정현, 김건모 등을 위한 특별 무대를 꾸며 신나는 공연을 연출했다.
무엇보다 1세대 아이돌이자 레전드 그룹 젝스키스, H.O.T.를 재결합시킨 것도 '무도'였다. 지난 2016년 해체했던 젝스키스 멤버들을 모아 무대를 마련했고, 젝스키스는 지금도 현역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17년 만에 H.O.T. 완전체 무대를 '토토가'를 통해 공개해 화제를 일으켰다.
'토토가' 열풍에 비슷한 콘셉트를 딴 클럽이 생기는 등 사회, 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hsjssu@osen.co.kr
[사진] MBC 제공,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