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막 이후 아직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다. 아직까지는 무기력한 경기력 속에 해결책이 엿보이지는 않는 상황. 하지만 일단 반등의 모멘텀이 될 장면은 만들었다.
롯데는 지난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5-7로 패했다. 개막 이후 6연패 늪에 빠졌다.
롯데는 다시 한 번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5회까지 NC 선발 왕웨이중을 상대로 노히터로 묶였고 경기 후반 상대에 연달아 점수를 헌납하며 패배를 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타선의 침묵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그러나 앞선 5경기와 같이 패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을 터. 이날 개막 이후 약 1주일 만에 홈으로 돌아온 선수단을 보기 위해 저녁의 쌀쌀한 날씨에도 21,124명의 관중들이 사직구장을 찾았다. 패색이 짙어지자 다수의 관중들이 야구장을 일찌감치 빠져나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1루 측에는 많은 관중들이 끝까지 남아 있었다.
9회에 들어섰을 때 2-7, 5점의 점수 차였다. 경기를 뒤집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점수 차였다. 선수들도 그 상황을 알고 있었을 터. 하지만 이들을 위해서라도 롯데 선수단은 뭐라도 해야 했다.
9회말 타선도 손아섭부터 시작하는 중심 타선이었다. 손아섭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후 민병헌은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끝가지 공을 골라내며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4번 타자 이대호의 타석이 돌아왔다.
앞선 3타석에서 모두 4구 이내 승부로 범타로 물러났던 이대호였지만 마지막 타석만큼은 달랐다. 첫 2구에 모두 스트라이크를 당하며 2S로 몰린 볼카운트였지만 이후 볼을 골라내고 커트를 하며 풀카운트까지 갔다. 그리고 NC 노성호의 8구 째 145km 몸쪽 높은 속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좌중월 투런포를 터뜨렸다. 이대호의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였다. 야구장에 있는 모든 롯데 팬들이 개막 6연패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야구장은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전준우가 3루수 직선타로 물러난 뒤 앤디 번즈 타석에 대타로 이병규가 들어섰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된 베테랑이다. 이병규도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타석을 허투루 소비하지 않았다. NC 마무리 임창민까지 소환시킨 상황에서 1B1S에서 139km의 속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점수 차는 5-7로 좁혀졌다. 결국 롯데는 5-7에서 더 이상 점수를 뽑지 못하고 그대로 패했다.
9회 2사 후였기에 여전히 패색이 짙은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다만, 이대호와 이병규의 홈런포 두 방으로 완패의 분위기에서 포기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모두에게 전달했다. 더 이상은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조원우 감독은 경기 전 "주축 선수들 2~3명이라도 타격감을 찾는다면 다른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주축 선수들에게 현재 침체의 해법이 있음을 밝혔다. 조 감독은 이미 이들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다. 그들의 커리어와 클래스를 믿었다.
하지만 개막 연패 과정에서 타격 컨디션은 바닥을 쳤고, 베테랑들의 컨디션 관리에 대한 의문과 선수단 전체에 불신의 마음이 피어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변했다. 6연패를 당하는 경기 곳곳에서도 의심할 수 있는 정황들이 포착됐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고 벤치는 믿음으로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 더 이상 벤치도 극단적인 처방 외에는 달리 현 상황을 타개하는데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 선수들, 특별히 믿음을 보이는 베테랑들이 마지막 희망의 빛줄기를 던져줬다. 과연 베테랑들이 쏘아 올린 두 방의 홈런포가 개막 6연패의 롯데를 반전 국면으로 돌이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