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 시즌 시작부터 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믿었던 베테랑 선수들이 흔들리고 있어 불안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화는 개막 후 6경기에서 2승4패를 거두고 있다. 패한 4경기에서 결정적인 수비 실책들이 나왔다. 모두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실책이라 충격이 컸다.
시작은 개막전이었다. 지난 24일 고척 넥센전에서 2-3으로 뒤진 3회말 2사 만루. 박병호의 땅볼 타구를 잡은 3루수 오선진이 송구했지만, 1루수 송광민이 베이스에 붙지 않았다. 태그아웃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닝 종료가 되어야 할 상황이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기록은 오선진의 송구 실책이었지만, 데뷔 첫 선발 1루수로 나온 송광민의 경험 부족이었다.

여기까진 그래도 이해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믿었던 베테랑들이 흔들리고 있다.
27일 NC전에서 0-2로 뒤진 2사 만루 위기, 나성범의 내야 높이 뜬공을 1루수 김태균이 놓쳤다. 낙구 지점을 잘못 잡아 뒷걸음질 치다 만세를 불렀다. 하필 2사 만루 풀카운트 상황, 루상의 주자 3명이 싹쓸이 득점했다. 한용덕 감독은 "바람이 많이 불었고, 타구가 높게 떠서 쉽지 않았다. 누구든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다"고 감쌌다.
그러나 29일 NC전에서 또 다시 결정적인 클러치 에러가 나왔다. 이번에는 2루수 정근우였다. 1-0으로 앞선 8회말 1사 2루에서 권희동의 평범한 정면 땅볼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하고 더듬었다. 손에 공이 잡히지 않는 바람에 송구조차 못했다. 2사 3루가 1사 1·3루로 돌변해버렸고, 결국 1-4 역전패의 빌미로 작용했다.
정근우는 30일 대전 SK전에도 그답지 않은 실책을 했다. 2-2 동점으로 맞선 4회초 1사 만루 위기. 나주환의 유격수 땅볼로 6-4-3 병살, 이닝 종료가 예상됐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 못한 상황이 터졌다. 2루에서 하주석의 토스를 받아 1루로 던진 정근우의 송구가 빗나갔다. 1루수 백창수가 팔을 뻗었지만 잡을 수 없었다. 이닝 종료 대신 추가 2실점.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시즌 초반 주요 실책들이 베테랑 선수들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실책을 하면 그 또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지만 베테랑들은 다르다. 실책을 할수록 오히려 부담이 쌓인다. 몸의 움직임이나 반응 속도나 예전 같지 않다는 시선을 받게 된다. 이 또한 수비에서 부담으로 직결된다.
고질적인 한화의 수비 불안, 믿었던 베테랑들의 반복된 실수 속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정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