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추창민 감독이 6년 만에 영화 ‘7년의 밤’으로 돌아왔다.
‘마파도’부터 ‘사랑을 놓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추창민 감독의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감성이 깔려있었다. 그런 추창민 감독이 차기작으로 차가운 스릴러 ‘7년의 밤’을 선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추창민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광해’ 이후 차기작으로 ‘7년의 밤’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첫 번째 이유는 광해가 아주 잘되고 난 뒤에 나름의 후유증이 있었던 것 같다. 영화를 어떻게 뭘 만들어야 하냐 하는 고민이 컸었고 나름대로 어떤 그런 고민들과 약간 침체기도 있었고 그래서 작품 고민을 하다가 결과적으로 나를 한 번 흔들어 봐야겠다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잘하거나 잘할 수 있는 장르 보다는 반대로 내가 처음해보는 장르에 손을 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중에서 ‘7년의 밤’이 그런 면에서 가장 부합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선택을 했다.”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 원작 자체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7년의 밤’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큰 관심이 쏠렸다. 뛰어난 원작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감독에게는 부담감으로 다가올 터.
“부담감 당연히 컸었다. 제가 원작이 좋아서 선택을 했지만 영화를 만드는데 가장 힘든 부분이 원작이었다. 원작의 팬 층이 워낙 두터웠고 원작이 방대하고 서사도 좋고 인물도 다양해서 누구하나 버리는 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걸 추려서 두 시간에 영화를 만들었어야 해서 시나리오를 쓰는데 오래 걸렸다. 쓰고 난 뒤에도 만들어진 영화처럼 사람들 간의 의견이 분분했던 것 같다. ‘난 이 사람이 좋은데 왜 이 사람을 써’, ‘나는 이 캐릭터가 좋은데 빠지면 안 되잖아’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고민되는 지점이었다.”
영화는 원작과 같지만 많은 면에서 다르다. 영화에서는 원작의 빠른 호흡과 스릴러적인 요소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 인물들, 특히 최현수와 오영제라는 두 아버지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가장 많이 나뉘는 지점이기도 하다.
“원작에서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해주는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오영제의 싸이코패스적인 지점이나 두 아버지의 복수극 같은. 그런데 저는 그 장면 보다는 그 사람들의 내면의 숨어있었던 악마성이 나오게 된, 악이 표현되기 위한 과정과 원인에 대해 더 관심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그냥 두 사람의 속도감 있는 복수극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저는 반대로 그 복수극이 나오기까지 그 밑바닥에 깔린 근원적인 이유를 말하고 싶었다. 저는 원작을 읽을 때 그 부분이 되게 흥미로웠다. 저걸 나는 좀 더 부각시켜보자 싶었다. 복수극이나 스릴러적인 요소는 원작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고 재미있는 부분이라 놓칠 수는 없었지만 그걸 쓰되 제가 더 중점을 두고 싶은 그 밑바닥의 근원적인 원인과 이유들을 영화에 많이 녹여내고 싶었다.”

원작과 영화는 결말이 다르다. 추 감독은 결말을 그렇게 설정한 이유에 대해 “저는 제 3자의 개입이 싫었다. 오영제는 절대 잡혀갈 인물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스스로 해결을 해야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들을. 자신이 직접 잡아넣던지 죽이든 아니면 내 자신을 내가 죽이든. 그 오영제는 내가 잘못해서 경찰에 잡혀가고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시작도 끝도 오영제가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7년의 밤’은 크랭크업 이후 개봉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추측들이 있었지만 이는 영화를 더 완성도 있게 만들기 위한 추 감독의 노력 때문이었다.
“편집을 하는데 조금 다양한 버전이 나왔던 것 같다. 영화를 보신 분들도 해석이 되게 분분한데 그런 것처럼 저도 편집을 할 때 과연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하냐가 가장 고민스러웠다. 두 주인공 위주로 편집을 할 수도 있고, 좀 더 많은 다양한 인물 위주로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영화가 이미지 위주가 될 수도 있고, 이런 몇 가지 방향이 있었는데 어떤 한 방향을 모두가 속 시원하게 일률적으로 손 들어주는 방향이 없었다. 1등이 확실하면 결정이 쉬운데 보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너무 시선들이 달랐기 때문에 선택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그 결정하고 난 뒤에는 후반작업이 컴퓨터 그래픽이나 다른 부분들에서 시간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사실적으로 보여야하니까 공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저게 CG인가 아닌가를 잘 몰라야 했다. 그 것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최적의 상태를 찾고 그것이 마무리되기까지가 오래 걸렸던 것 같다.”
모든 작업이 끝나고 ‘7년의 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지금, ‘7년의 밤’을 선택하길 잘한 것 같냐는 질문에 추 감독은 “아니다.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않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선택에 대해 후회는 없지만 잘했다고 생각할 만큼 마음이 좋다거나 후련하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너무 힘들었다”고 솔직하게 웃으며 말했다. /mk324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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