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년의 밤’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장동건부터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준 류승룡,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야 했던 인물의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해낸 고경표와 크지 않은 분량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송새벽, 어린 나이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아역 이레와 탕준상까지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추창민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들을 캐스팅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7년의 밤’에서 가장 의외의 캐스팅은 딸을 잃고 지독한 복수를 계획하는 남자 오영제 역의 장동건일 것이다. 원작 속 오영제는 더욱 날카롭고 예민한 싸이코패스로 그려지지만 그간 장동건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장동건 씨를 데려다 놓고 머리를 샤프하게 깎고 날카로운 안경을 씌우면 그렇게 나올 것 같다. 저는 장동건 씨에게 오영제의 모습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우리가 흔히 잘 나가는 싸이코패스는 그럴 거야라고 알고 있으니까. 그러면 분명히 연기도 그렇게 할 것 같다. 그건 별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장동건이라는 배우를 데리고 저 사람이 기존에 안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제가 처음에 비밀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했던 것처럼 배우한테도 비밀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이 젠틀하고 선하고 멋있는 사람인데 ‘저 사람한테도 분명히 비밀이 있어’, ‘장동건한테도 어딘가 악이 있어’ 그걸 벗겨서 찾아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제대로 보여진다면 영화가 더 신선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고 많은 이들에게 화제를 모았던 장동건의 M자 탈모 헤어스타일은 추 감독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장동건 역시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다고 했을만큼 파격적인 선택. 장동건은 이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면도를 해야 했다.
“첫 번째 동건 씨를 나이 들게 보이게 하고 싶었다. 청년 같은 사람이지 않나. 그런데 오영제라는 인물처럼 욕심이 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턱에 기름기가 있다. 그런 사람이 있지 않나 아무나 만나서 반말찍찍하는 사람들. 그런데 동건 씨는 절 대 반말을 하지 않는다. 굉장히 젠틀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이 사람이 나이가 들어 보여야 겠다 싶었고 제일 쉬운 건 탈모였다.(웃음)”
“제가 별거 아닌 몇 개의 이미지들을 변화를 시켰는데 그리고 나서 동건 씨가 거기에 맞는 표정 연기를 해주셨다. 그 것이 사람을 굉장히 다르게 보이게 했다. 현장에서도 내가 지금 편하게 이야기하는 동건 씨 모습이 아니고 현장에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굉장히 무서워 보이는 하나의 인물처럼 느껴졌다. 그건 특별한 외형적인 변화가 많다기 보다는 내면적으로나 연기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표정에서도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영화에서 의외로 돋보이는 인물은 승환 역의 송새벽이다. 그리 많은 분량이 나오지는 않지만 송새벽은 그간의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원작에서 승환은 중요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양이 많지 않지만 중요한 역이라고 생각했다. 저 사람이 안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새벽 씨가 가진 자연스러움이 있다. 그간 새벽 씨는 어떤 식으로든 하나만 활용되어져서 보여진 것 같았다. 코믹스러운 것. 저는 그 모습 말고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끄집어내고 싶었다. 일단 외형부터 바꿔달라고 했다. 근육도 키우라고 했다. 잠수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자유롭더라. 헤어스타일도 자유롭고 몸은 문신이 가득하고 몸은 되게 좋고, 말이 많이 없고 그런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새벽 씨가 화면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몸도 만드니까 얼굴에 그림자도 생기고. 느낌이 좋더라. 연기도 잘 해주셨다.”
추 감독은 서원 역의 고경표가 처음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표 씨가 약간 귀공자스럽지 않나. 잘 자란 청년이다.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표 씨 사진을 한 장 봤다. 머리를 빡빡 깎고 살을 굉장히 뺀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보고 이런 이미지이면 좋겠다 싶어서 다짜고짜 경표 씨한테 전화해서 나 당신이랑 하고 싶은데 이렇게 해달라 했다. 그런데 경표 씨가 그렇게 해주셨다. 지금의 살을 많이 빼고 머리를 깎은 그런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런데 머리를 빡빡 깎는다는 것은 저한테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아버지는 깜빵에서 머리를 빡빡 깎고 있다. 서원이도 사회에 나와있지만 머리는 바짝 깎았다. 두 사람 모두 장소가 다를 뿐이지 서로가 또 다른 감옥 속에서 살고 있다고 느꼈다. 고경표 씨의 사진 속 이미지가 좋아서 머리를 깎아달라고는 했지만 그런 식의 저한테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고경표가 연기한 서원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탕준상은 어린 나이임에도 강렬한 눈빛과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줬다. 추 감독은 “오디션을 봤는데 원래 그 친구가 ‘빌리엘리어트’ 뮤지컬 출신이다. 뮤지컬을 해 봤지만 연기를 제대로 한 친구는 아니었는데 처음에 봤을 때 눈빛이 너무 좋더라. 또 한편에서는 연기가 익숙하지 않은 친구라서 관습적으로 연기를 하지 않겠구나 싶어서 캐스팅 하지 않았나 싶다. 얼굴이 좋지 않나”라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고경표와 탕준상이 닮아보였다는 말에 감독 역시 “닮았다. 저희도 경표랑 사진을 비교해보면 닮아서 되게 신기했었다”고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