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팬심은 선수들을 멍들게 한다.
롯데는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5-10으로 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개막 이후 7연패 늪에 빠졌다.
이날 롯데는 연패 탈출을 위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접전을 펼치며 연패 탈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개막 이후 꼬인 실타래를 결국 풀어내지 못하고 끝내 무너졌다. 사직구장은 개막 이후 첫 매진(25,000명)을 기록했지만 홈 팬들 앞에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런데 경기 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주장인 이대호가 퇴근길에 신원 미상의 인물이 치킨박스로 추정되는 물체를 이대호의 뒷통수를 향해 투척했다. 이 물체는 이대호의 등을 정확히 가격했다. 이대호는 물체를 맞은 뒤 곧장 뒤를 돌아봤지만 이내 화를 참으며 퇴근길을 나섰다.
이 상황을 담은 영상은 각종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대부분 신원 미상의 인물의 그릇된 팬심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사직구장은 선수들의 출퇴근 동선이 일반 팬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롯데 선수단 주차장과 경기장 사이의 거리가 있는 편이다. 경기 후에는 구단 보안업체가 선수들의 이동을 위해 안전선을 설치해 이동로를 확보해 선수들의 이동을 용이하게 만든다.
이 공간은 팬들이 선수들의 퇴근길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이 몰린다. 선수들의 퇴근길을 지켜보고 환호와 격려를 보내기도 한다. 선수들과 팬 사이의 스킨십이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7연패를 당했지만 마찬가지로 팬들은 승패와 관계없이 롯데 선수들을 보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일방적인 폭행의 대상이 됐다.
현재 프로야구는 프로스포츠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팬들의 관심은 높고 선수들은 공인으로 취급될만큼 일거수일투족도 노출되어 있다. 롯데 구단은 사직구장의 출퇴근 동선이 팬들에게 노출되어 있는만큼 그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팬들과 스킨십의 장으로 만들어 퇴근길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간은 한 순간에 위력을 행사하는 공간이 돼버렸다. 열광적 팬심을 떠나 옳고 그름의 문제다. 무방비 상태의 선수를 향한 오물 투척은 폭행이고 범죄 행위다.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만큼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고, 그 연봉에는 팬들의 사랑과 비난, 비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응원하는 팀의 연패에 팬들이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팬들이 선수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고 오물을 투척하는 등의 행위까지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연패에 가장 가슴이 쓰라린 것은 롯데 선수단이다. 연패 탈출을 위해 선수단 분위기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애써 부담감을 감추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야구 경기 역시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처럼 마음 먹은대로 원하는대로, 바라는대로 술술 풀리지 않는다. 기계처럼 톱니바퀴가 딱딱 들어맞아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선수들은 야구만 하는 야구 기계가 아니다. 그들 역시 감정이 있고, 정당한 비판이 아닌 그릇된 팬심에 상처 받고 위축되게 되어 있다.
그릇된 팬심으로 인해 구단 역시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일단 구단은 사건을 확인한 뒤 선수단 안전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선수에게 투척을 한 미상의 인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해당 인물이 바로 도주해서 신원 확보는 하지 못하였다. 선수의 안전을 위해 더욱 신경쓰겠다"고 말하면서 향후 사건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