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오승환, ‘라커룸 이웃’ 테페라와 선의의 불펜경쟁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8.04.02 05: 53

오승환(36·토론토)이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줬다.
오승환은 2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7-4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양키스 타선을 잠재우고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마무리 로베르트 오수나가 연투에 걸려 등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기븐스 감독은 곧바로 오승환을 호출했다. 그런데 그에 앞서 한 가지 재밌는 사연이 있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1일(한국시간)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18시즌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시즌 3차전에서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개막 후 2연패에 빠졌던 토론토는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오승환은 토론토 불펜이 2차전에서 유일하게 출전시키지 않은 셋업맨이었다. 2차전서 오승환은 연장 10회를 대비해 몸을 풀었지만 경기는 9회에 끝나고 말았다.
3차전 오승환은 토론토가 3-2로 리드하는 7회초부터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이대로라면 오승환이 8회초 양키스 1번 타자 닐 워커부터 2번 애런 저지, 3번 지안카를로 스탠튼까지 상위타선을 상대하는 상황. 하지만 7회초 타일러 오스틴의 솔로홈런으로 3-3 동점이 됐고, 8회가 되자 존 기븐스 감독의 선택은 라이언 테페라였다.
갑작스런 지시에 테페라는 빠르게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올라왔다. 테페라는 애런 저지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디디 그레고리우스를 뜬공으로 처리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했다. 9회는 부동의 마무리 로베르트 오수나가 삼자범퇴로 막았다. 존 기븐스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의문점은 있다. 당초 왜 오승환을 준비시켰다가 갑자기 변경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후 존 기븐스 감독은 “작년 통계에 따르면 저지와 스탠튼을 상대하는데 있어 테페라의 기록이 더 좋았다. 그가 저지와 스탠튼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계획의 일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랬다. 오승환은 스탠튼은 상대해봤지만 저지와는 대결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오승환은 “스탠튼은 전 소속팀에 있을 때 상대를 몇 번 해봤다. 저지는 한 번도 상대를 안 해봤다. 같은 리그에 있으니 포수들이 장단점을 잘 알고 있어서 포수의 사인을 많이 따라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기븐스 감독의 투수변경은 합리적 선택이었다. 오승환이 감독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축적될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오승환이 접전에서 내지 못할 투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기븐스는 “오승환도 다음에 긴장된 상황에서 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한 두 번의 등판불발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앞으로 오승환은 7~8회 중요한 상황에서 나오는 보직을 두고 테페라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공교롭게 두 선수는 나란히 라커룸을 같이 쓰는 이웃사촌사이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테페라는 “오승환은 존경할만한 선수다. 어린 선수들이 우러러 볼 수 있는 커리어를 갖고 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갑자기 이적해왔는데도 팀에 잘 적응하고 있다. 같은 투수로서 보기에 오승환의 개막전 실수는 단지 운이 없었다. 오승환은 잘 던졌다”면서 오승환을 존중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테페라와 담소를 나누는 오승환 / 토론토=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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