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인 이대호(36·롯데)와 김태균(36·한화)의 출발이 썩 좋지 않다. 팀 상황도 어렵다. 결국 이럴 때는 간판들이 해줘야 한다. 반격이 빨리 시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와 한화는 1일 현재 나란히 하위권에 처져 있다. 올 시즌 KIA와 두산의 ‘양강 체제’에 도전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 롯데는 충격적인 개막 7연패를 당했다. 1일 경기에서 NC를 누르고 뒤늦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한용덕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다짐한 한화도 힘이 모자라 보인다. 주말 SK와의 홈 3연전을 모두 내주며 2승6패, 9위에 처져 있다.
성적이 이렇게까지 처진 것은 어느 한 부분이 아닌, 팀이 총체적 난국이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롯데는 타선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1일 현재 롯데의 팀 타율은 2할1푼에 불과하다. 바로 앞에 있는 9위 한화(.258)와의 차이가 꽤 크다. 민병헌을 영입하며 최정상급 타선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 치고는 초라한 출발이다. 포수 문제, 하위타선 문제, 수비 문제, 불펜 문제 등도 번갈아가며 튀어나왔다.

한화는 마운드가 힘을 쓰지 못했고, 여기에 타선까지 풀이 죽었다. 수비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SK와의 주말 3연전에서 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며 고개를 숙였다. 노련미와 패기를 조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가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주에는 외국인 투수들마저 부진했다.
팀이 부진에 빠질수록 이대호와 김태균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더 커진다. 아무래도 팀을 상징하는 선수들이다. 연봉도 많다. 여기에 두 선수의 활약상도 썩 좋지 않다. 팬들은 위기 상황에서 두 선수가 영웅적인 활약으로 팀을 이끌고 나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감도 더 커진다. 스타나 팀 간판의 숙명이 원래 그렇다.
개인적으로도 시련이다. 이대호는 첫 8경기에서 타율 2할2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596에 머물렀다. 언젠가는 성적이 올라온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팀의 개막 7연패와 맞물렸다. 비판이 컸다. 3월 31일 경기를 끝내고 귀가하다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김태균은 7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외견상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뜯어보면 김태균답지 않았다. 리그 최정상급의 선구안을 갖춘 김태균은 9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을 하나도 고르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침묵(.222)하며 팀 타선 폭발의 방아쇠를 당기지 못한 측면이 있고, 여기에 잔상이 심하게 남은 실책까지 겹쳤다. 31일 경기에서는 손목에 공을 맞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빨리 페이스가 올라와야 할 필요가 있다. 롯데는 상위타선이 강하다. 반대로 하위타선이 약하다. 어쨌든 팀의 최고 타자들이 배치되어 있는 앞쪽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대호는 그 중심이다. 한화는 누가 뭐래도 김태균의 몫을 대신할 선수가 여전히 없다. 김태균이 중심을 잡아야 나머지 선수들도 살 수 있는 구조다. 손목 부상을 최대한 빨리 털어내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태균(왼쪽)-이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