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을 넘어 기억에 영원히 남을 동화 같은 팀이 될 수 있을까? ‘승격팀’ 경남 FC의 두 남자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레스터 시티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전 시즌 강등 싸움을 벌였던 레스터의 우승 시나리오는 수많은 팬들을 열광시키며 '레스터 동화'라 불리기도 했다.
이번 시즌 K리그 1에서도 동화에 도전하는 팀이 나올지도 모른다. 바로 4 전전승을 달리며 단독 1위로 올라선 '승격팀' 경남 FC. 경남은 1일 오후 4시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2018 K리그 1 4라운드 강원 FC와 원정 경기에서 말컹의 멀티골과 손정현의 선방을 앞세워 값진 3-1 승리를 거뒀다.

경남은 전 라운드까지 같이 3전 전승을 기록하던 강원마저 제압하며 돌풍을 이어갔다. 네게바, 쿠니모토, 김신, 배기종, 김효기, 손정현 등 모든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경남이지만, 연승 행진의 주역을 고르라면 누구나 '주포' 말컹을 택할 것이다.
지난 시즌 K리그2 MVP였던 말컹은 K리그1에서도 매서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도 팀의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트리며 강원을 무너트렸다. 경기 전 말컹을 봉쇄하기 위해 대인 마크보다는 공간 압박을 택한 강원의 선택도 통하지 않았다.
말컹은 현재까지 K리그1 3경기에서 6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말컹은 1라운드 상주 상무전에서 해트트릭과 경고 누적 퇴장을 동시에 기록하며 K리그 팬들에게 자신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2라운드 징계로 나오지 못했던 말컹은3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 1골 1도움, 강원전 2골로 매 경기 멀티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말컹이지만 '스승' 김종부 감독 눈에는 아쉬운 점, 더 훈련해야 될 부분부터 눈에 보였다.
김종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말컹은 높이나 볼 컨트롤, 움직임 등을 타고났다. 사실 강원전에서 득점했지만, 경기력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전후반 몇 차례 좋은 득점 찬스를 놓쳤다. 컨디션 문제로 슈팅이 아쉬웠다. 그런 점을 보완한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제자에게 애정 섞인 조언을 날렸다.

그 스승에 그 제자랄까. 욕심꾸러기인 김종부 감독만큼이나 말컹도 만족을 몰랐다. 김종부 감독에 이어 인터뷰에 나섰던 말컹은 김종부 감독이 만족보다는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다는 점을 아쉬워했다는 것을 전해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말컹은 "지난 시즌 만난 K리그2 수비수들은 많이 뛰고 강하게 압박한다. K리그1 수비수들은 기술과 경험을 갖췄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오히려 더 많은 공간을 내주기도 한다. 그 공간을 활용하는지 고민해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득점 비결을 밝혔다.
이어 "경기후 감독님도 내가 골을 생각보다 많이 못 넣었다고 아쉬워했다. 감독님 말이 맞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다. 더 연습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김종부 감독의 애정 섞인 질책에 화답했다.
멀티골을 터트린 선수와 감독의 대화라 보기에는 뭔가 이상하면서도 두 사람만의 신뢰가 잘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스승 김종부와 제자 말컹 두 사람은 모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만족을 모르는 김종부 감독과 말컹. 이 두 남자가 이끄는 경남이 K리그1을 뒤흔드는 동화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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