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부진을 어느 정도 날려버린 투수 데뷔전이었다.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가 데뷔전에서 메이저리그(MLB) 첫 승리를 따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오타니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2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실점 호투로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3월 30일 타자 데뷔전에서 첫 타석 안타를 뽑아냈던 오타니는 더 강렬한 투수 데뷔전을 마무리하며 현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시범경기 부진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던 오타니였다. 투·타 모두 부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 적응을 위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셌다. 하지만 마이크 소시아 감독을 비롯한 구단 전체는 오타니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오타니는 기대에 부응했다.

1회부터 최고 100마일(161㎞)의 강속구를 던졌다. 이날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8마일(158㎞)에 이르는 등 구속을 바짝 끌어올린 모습이었다. 여기에 최고 90마일(145㎞)에 형성된 주무기 포크볼, 그리고 슬라이더까지 자유자재로 던지며 오클랜드의 방망이를 피해갔다. 특히 패스트볼-포크볼 조합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1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삼진을 뽑아내는 등 총 6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반면 볼넷은 하나밖에 없었다.
위기는 있었다. 2회였다. 조이스에게 좌전안타, 피스코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빠르지만 몰린 패스트볼은 상대 타자들이 용납하지 않았다. 여기서 채프먼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리며 좌중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실투였다.
하지만 오타니는 흔들리지 않으며 강심장도 과시했다. 이후 15타자 중 14타자를 모두 삼진 혹은 범타로 돌려세웠다. 한 타자는 볼넷이었다. 피안타는 없었다. 5회 이후로는 자신감도 찾은 듯 마운드에서 미소도 흘렸다. 제구도 안정적이었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의 위력도 힘을 더해갔다.
팀 타선도 오타니를 도왔다. 2-3으로 뒤진 5회 1사 1,3루에서 트라웃이 적시타를 터뜨렸고 업튼이 희생플라이로 오타니의 승리조건을 만들었다. 7회에는 1사 후 트라웃, 업튼의 연속 안타에 이어 칼훈, 시몬스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7-3까지 달아났다.
9회 파커가 1사 1,2루에서 피스코티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잃자 에인절스는 곧바로 미들턴을 투입했다. 미들턴은 채프먼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에 몰렸으나 루크로이를 우익수 뜬공으로 정리하는 등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고 팀과 오타니의 승리를 지켰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호투와 더불어 간판인 트라웃이 2안타 1타점, 시몬스가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에인절스는 푸홀스를 제외한 선발 전원이 안타를 쳤다. 오클랜드는 선발 고셋이 4이닝 4실점으로 제 몫을 하지 못했고 불펜도 힘이 모자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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