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포+발야구’ 김동엽, 거포준족 여기 있었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4.02 13: 00

“어쩌면 동엽이한테는 좌익수보다는 중견수가 가장 어울릴 수도 있어요. 어깨 문제 때문에 현실화되기는 어렵겠지만 수비 범위는 다른 중견수 못지않게 넓을 수 있습니다”
주루·작전의 대가인 정수성 SK 코치는 시범경기 중 김동엽(28·SK)에 대해 “체격치고는 엄청나게 빠른 선수”라고 평가한다. 프로필상 186㎝, 101㎏라는 거구지만 한 번 가속도가 붙으면 다른 준족 못지않게 빠르다는 것이다. 정 코치뿐만 아니라 SK 코칭스태프는 김동엽이 공격과 주루를 모두 갖춘 호타준족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김동엽은 그런 평가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김동엽은 시즌 초반부터 뜨거운 타격감을 알리고 있다. 시즌 첫 7경기에서 타율 3할5푼7리, 4홈런,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08을 기록 중이다. 홈런 부문 공동 1위에, 무려 6할2푼5리에 이르는 득점권 타율을 등에 업고 리그 타점 단독 선수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도루 2개를 보탰다. 타이밍을 잘 뺏은 것도 있지만 물리적인 스피드로 두 번 모두 넉넉하게 2루를 훔쳤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질주에서는 야생마가 연상된다. 

김동엽의 힘은 이미 검증이 됐다. 체구와 힘은 동양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노스탭만으로도 엄청난 비거리를 만들 수 있다. 지난해부터 노스탭 타격폼을 반영하고 있는데 적응기임에도 불구하고 125경기에서 22개의 홈런을 때렸다. 올해는 타격폼 수정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는 시즌 초반 성적으로 직결됐다.
사실 지난 시즌 종료 후 받은 팔꿈치 뼛조각 수술 여파가 아직 조금 남아있다. 그러나 김동엽은 개의치 않고 장타를 때린다. 정확도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김동엽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변화구에는 강하지만, 빠른 공 대처가 미흡했다. 빠른 공에 땅볼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빠른 공 승부에 정면으로 맞대응해 홈런을 쳐내고 있다. 투수로서는 데이터가 어긋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 페이스라면 30홈런과 100타점은 충분히 달성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22홈런-70타점을 기록했는데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타율이다. 지난해에는 타율이 2할7푼7리로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 수치를 끌어올린다면 홈런·타점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올 공산이 크다. 아직 7경기 성적이기는 하지만 뚜렷한 정확도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내친 김에 두 자릿수 도루도 기대할 만하다. 김동엽이 전형적으로 뛰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지만 도루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인을 낸다면 10개 정도는 무난히 채울 것이라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미국 진출 실패로 공백기가 있기는 했지만 우월했던 재능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남았다. SK의 성적과는 별개로, 김동엽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의 관전 포인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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