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오타니가 보여준 슬라이더 '양날의 검'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4.03 05: 53

 메이저리그에서 2일(이하 한국시간) 한국과 일본의 투수가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오승환(토론토)은 토론토에서 첫 세이브를 따냈다.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 투수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기록했다.
의미있는 기록을 세운 오승환과 오타니가 이날 보여준 '슬라이더'가 눈길을 끌었다. '양날의 검'으로 올 시즌 두 선수의 성적 가늠자가 될 수도 있다.
# 끝판왕의 귀환, 슬라이더가 살아났다

알다시피 오승환은 지난해 (복합적인 이유로) 부진했다. 2016시즌 평균자책점 1.92로 빼어나 메이저리그 마무리 중에서도 인정받았으나 지난해는 4.10으로 치솟으며 마무리 보직을 잃었다.
슬라이더가 약점이 됐다. 밋밋해진 슬라이더는 2016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피안타율은 0.164→0.283으로 대폭 높아졌고, 헛스윙률은 반대로 26.5%→15.4%로 확 줄었다. 슬라이더 피장타율이 무려 0.430이나 됐다. 슬라이더로 홈런을 많이 맞았다.
1일 뉴욕 양키스전. 오승환은 16구를 던졌는데 직구 8개, 슬라이더 7개, 체인지업 1개였다. 슬라이더가 2016시즌 때 모습으로 돌아왔다. 제구도 완벽, 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 보더 라인을 넘나 들었다. 1일 보여준 슬라이더 구위와 제구를 유지한다면 올해 성적은 낙관적이다.
이날 산체스 상대로 처음 던진 슬라이더(84.4마일)은 한가운데로 몰렸는데, 산체스의 배트 끝에 맞으면서 부러졌다. 날카로움이 살아났다.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AL 홈런왕 애런 저지 상대로 2구째 슬라이더는 정말 기가 막혔다. 스트라이크존의 바깥쪽 낮은 모서리, 타자에게 가장 먼 구석에 꽂혔다. 헛스윙. 구속도 이날 슬라이더(84.4마일) 중 가장 빨랐다. 2S에서 3구 결정구도 슬라이더였는데, 약간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밋밋했다. 저지의 방망이가 놓치지 않았다. 좌전 안타. 장타가 안 된 것이 다행이었다.
ML 홈런왕 지안카를로 스탠튼 상대로 2B-2S에서 결정구도 슬라이더(84마일)였다. 그런데 다소 몸쪽에서 한가운데로 꺾였다. 철저히 바깥쪽만 던지는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올 지를 몰랐는지 스탠튼의 스윙 타이밍이 찰나 늦었다. 히팅 포인트가 밀려 중견수 뜬공으로 끝났다.
# '쇼'타임, 슬라이더가 도와줘야 한다
6이닝 6K 3피안타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오타니는 2회 3안타(스리런 홈런)를 제외하곤 완벽한 투구였다. 이날 오타니가 던진 92구는 포심 패스트볼(39구), 슬라이더(26구), 스플리터(24구), 커브(3구)였다. 
161km의 강속구에 145km의 고속 스플리터(포크)는 아주 위력적이었다. 특히 오클랜드 타자들의 헛스윙을 18차례 유도했는데, 직구 5개와 슬라이더 3개 그리고 스플리터가 무려 10개였다. 마지막 청백전에서 스플리터를 집중적으로 테스트했는데, 데뷔전에서 100% 활용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플리터 24구 중에서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로 낮게 떨어진 것이 15구였다. 그 중에 타자가 8차례 스윙했는데, 7차례는 헛스윙이었고 1구는 투수 앞 땅볼이 됐다"고 전했다.
이날 삼진 6개 중 5개가 스플리터로, 1개는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1회 100마일(161km)의 강속구를 뿌렸고, 첫 4타자 중 3명을 KKK로 돌려세웠다. 2회 1사 후 98~99마일 직구가 연속 안타로 맞았다. 그러자 오타니-말도나도 배터리는 맷 채프먼 상대로 슬라이더 2개를 연속 던졌다. 2구째 83마일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리면서 딱 '홈런볼'이 됐다. CBS스포츠는 "이날 오타니의 슬라이더가 유일하게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스플리터를 많이 던지다가는 팔꿈치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오타니는 에인절스 메디컬 테스트에서 오른쪽 팔꿈치 내측측부인대(UCL)에서 1도(가장 경미한 레벨) 염좌가 발견됐다. 일본 시절부터 있던 상태. 지금은 치료 프로그램으로 괜찮고 정상적인 피칭이 가능하지만, 피로가 누적되면 탈이 탈 수도 있다.
슬라이더 제구력이 더 안정되어야 스플리터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일본 언론은 "2회 채프먼에게 홈런을 맞을 때까지 26구의 슬라이더 중 10개를 던졌다. 그 중 9구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들어왔다. 홈런 이후 던진 슬라이더 16구 중에서는 5개만 높은 코스로 들어갔다. 초반 슬라이더가 낮게 제구됐자면 실점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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