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후 5인 선발 로테이션이 계획대로 딱 정해져서 1~5번 순서대로 돌아가는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두산은 외국인 2명에다 보증된 10승 투수 장원준, 유희관이 있기에 선발진은 큰 걱정이 없는 팀이다. 넥센도 5인 로테이션은 가동 중이다.
반면 KIA(임기영 부상), 롯데(박세웅 부상), NC(장현식 부상), SK(켈리 부상), LG(차우찬 지각 합류), 한화(윤규진 2군행), 삼성(우규민 부상), KT(니퍼트 지각합류)는 아쉬움이 있다.
KIA는 헥터, 양현종, 팻딘의 1~3선발은 10개팀 중 최강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4~5선발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깜짝 활약을 한 4선발 임기영이 부상에서 회복하느라 빠져 있다. 3년차 이민우(25)와 지난해 3승을 거둔 정용운(28)이 4~5선발로 나서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주말 LG전에 1~3선발 헥터-양현종-팻딘을 나란히 선발로 출격시켰다. 4~5선발에 대해 김 감독은 "걱정을 했는데 (첫 경기에서) 잘 던져줬다"고 만족했다. 삼성을 상대로 시즌 첫 등판에서 이민우는 6이닝 4실점(패), 정용운은 5이닝 무실점(승)으로 괜찮게 던졌다.
3일(화요일) SK전 선발이 이민우다. 시즌 초반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가 일주일에 나흘 쉬고 2차례 등판(화-일)은 부담되기 마련이다. 일부 팀들은 체력 안배 혹은 젊은 투수 보호를 위해 선발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부상으로 선발진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팀일수록 더욱 그렇다. 5선발진을 꾸린 넥센은 지난해 막판 팔꿈치 부상을 당한 최원태를 선발 5명 중에서 제일 마지막에 화-일 등판이 되도록 순서를 조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두산만이 1~5번 순서대로다.

센 팀을 앞두고 순서를 조정할 수도 있다. KIA는 이번 주 홈런 군단인 SK와 넥센을 차례로 상대한다. 이민우가 SK, 넥센 상대로 2번을 던져야 한다. 지난 30일, 김 감독에게 '혹시 3선발 팻딘을 3일 선발로 돌릴 생각은 없는지'를 물었다. 김기태 감독은 "(선발) 순서를 바꿔도 언젠가는 화-일 2번을 들어가야 한다. 그냥 (1~5번) 순서대로 들어간다. 이민우가 화요일 던진다. 다음 주에도 마찬가지(5선발 정용운이 화-일 차례)로 간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초반 1~3선발을 무리해서 돌리지 않고 순리대로 하겠다는 의도다. 김 감독은 임기영 부상 공백에도 젊은 투수에게 기회를 충분히 준다. 감독의 믿음에 지난해 딱 1경기 등판한 이민우, 또는 정용운이 지난해 임기영처럼 기량이 확 올라올 수도 있다. 조만간 임기영이 복귀하면 순서는 바뀔 여지는 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 변수로 인해 다른 선수가 기회를 잡아 성장하기도 한다. 잘 되는 팀일수록 그런 사례가 나온다.
또 144경기 체제에서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 지난해 헥터, 양현종은 200이닝 안팎을 던졌고, 팻딘도 지난해 후반기 좋은 활약을 하며 176이닝을 던졌다.

자신감일 수도 있다. KIA는 초반 타선 전체가 타격감이 좋다. 주말 LG전에서 조금 안타 수가 적었음에도 여전히 팀 타율 3할(.309)이다. 팀 장타율 3위. 팀 득점(55점)은 SK(58점), KT(57점)와 별 차이 없는 3위다. 4~5선발이 나가는 경기는 상대팀도 대체로 4~5선발이 나오는 타이밍이다. 방망이가 좋은 KIA는 타격전에서 자신있다. 박병호가 복귀한 넥센의 장정석 감독은 "4~5선발 대결에서는 우리가 방망이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오히려 4~5선발 대결에서 우위를 기대했다.
KIA는 초반 불펜이 기대이상으로 좋다. 2일 현재 KIA는 팀 평균자책점이 3.44로 1위인데,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1.93으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점대다. 지난 시즌 내내 고민거리였던 불펜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임창용, 김윤동, 김세현의 필승조 외에도 제대 복귀한 박정수과 문경찬, 좌완 임기준, 2년차 유승철 등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주고 있다. 타격과 불펜을 믿고 4~5선발을 순서대로 밀고 나가는 측면도 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