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화는 4연패를 당했다. 홈 개막 3연전에서 SK에 싹쓸이 패배를 당했지만, 이에 앞서 NC와 시리즈 마지막 경기 역전패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결과론이지만 마무리 정우람(33)의 활용도를 놓고 다시 해석될 여지가 생겼다.
지난달 29일 마산 NC전에서 한화는 1-0으로 리드한 8회말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한용덕 감독은 투수 교체를 통해 신인 박주홍을 투입했지만 볼넷으로 만루가 됐다. 여기서 또 한 번 투수를 바꿨다. 마무리 정우람 대신 심수창이 등판했지만 모창민에게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내준 뒤 최준석에게 결승 스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1-4로 역전패했다.
정우람은 불펜에서 몸을 풀지 않고 있었다. 이튿날 한용덕 감독은 "정우람은 웬만해선 1이닝만 쓰려고 한다. 8회 정우람을 올린 채로 연장에 갔으면 뒤가 힘들어질 것으로 봤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고,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시범경기 때부터 한용덕 감독은 정우람을 가급적 1이닝만 쓸 계획을 밝혔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그 원칙을 지켰다.

정우람은 한화 이적 첫 해였던 2016년 1이닝 초과 투구가 30경기나 있었다. 2이닝 이상 투구도 18경기. 지난해에는 1이닝 초과 투구가 21경기, 2이닝 이상 투구가 3경기로 비교적 줄었지만 10세이브 이상 거둔 투수 10명 중 2번째로 많았다. 어느새 30대 중반인 정우람의 피로도를 줄이고, 젊은 불펜들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점에서 1이닝 제한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날 역전패 이후로 한화는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SK와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줬다. 3경기에서 6득점-33실점, 일방적으로 밀렸다. 투수들은 무려 11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마무리 정우람이 나설 기회가 없었다. 정우람은 마지막 날 1-12로 크게 뒤진 9회에야 컨디션 점검차 등판했다.
정우람은 개막 후 한화의 8경기 중 3경기를 등판했지만, 세이브 상황은 지난달 25일 고척 넥센전이 유일했다. 지난주 6경기에서 총 1이닝 12개 공을 던지는데 그쳤다.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이지만, 활용도가 극히 낮은 상황이다. 강력한 마무리를 보유한 약팀이라면 피할 수 없는 딜레마.
한화는 객관적인 전력상 하위권이다. 우려대로 개막 8경기 만에 2승6패로 처졌다.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많지 않다면 잡을 수 있는 경기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 가뜩이나 박정진·권혁·송창식 등 주축 베테랑 투수들이 부상과 구위 저하를 이유로 지금 1군에 없다. 확실하게 계산이 서는 투수는 정우람뿐이다.
한용덕 감독은 팀을 맡을 때부터 리빌딩과 세대교체에 인내를 각오했지만 시련이 일찍 찾아왔다. 시즌 초반부터 찾아온 4연패와 위기 속에 정우람 활용도를 어떻게 가져갈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