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그라운드에서 한 선수가 홀로 배트를 돌렸다. 몇 번이고 스윙을 하고 또 했다. 아무도 없는 타석에 서서 타이밍을 맞춰 보기도 했다.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화 포수 최재훈(29)은 지난 1일 대전 SK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이날 한화는 1-13 대패를 당하며 시리즈 싹쓸이 패배와 함께 4연패했다. 관중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최재훈 혼자 유니폼을 입은 채로 텅빈 그라운드에 나왔다. 훈련을 돕는 스태프는 없었다. 말 그대로 '나 홀로 훈련'.
최재훈은 올해 한화의 주전 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4월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한화에 합류하며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한화는 최재훈을 믿고 베테랑 포수들을 대거 정리했다. 시즌 개막 전엔 정범모도 NC로 트레이드했다. 백업 포수 지성준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그만큼 최재훈에 대한 믿음이 컸다.

주전 포수로 처음 개막을 맞이한 최재훈이지만 힘겨운 출발을 하고 있다. 개막 8경기에서 17타수 1안타 타율 5푼9리 5삼진 1병살로 부진하다. 개막전 첫 타석 이후 16타수 연속 무안타 침묵. 타율도 타율이지만 제대로 맞은 타구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외야 뜬공이 2개밖에 없다. 땅볼 8개, 내야 뜬공 1개.
지난해 타율 2할5푼7리를 쳤던 최재훈이라 이 같은 부진은 의외다. 타격이 안 맞자 강점이던 수비도 흔들리고 있다. 한화의 폭투는 8개로 리그 2위. 투수의 제구 문제도 있지만 최재훈의 블로킹도 좋지 않다. 공을 쉽게 흘리고 있다. 도루도 4개를 허용하는 동안 하나밖에 잡지 못하는 등 공수에서 고전 중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부담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한 감독은 "너무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있어 보인다"며 "타격이 맞지 않고 있지만 투수 리드를 잘해주고 있다.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재훈이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팀이 반등하기 어려운 만큼 기 살려주기에 힘쓴다.
결국 최재훈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한화 관계자는 "부담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포수에게 20홈런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은 투수 리드와 수비력이다. 주전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풀타임 주전 포수 첫 해인 만큼 시행착오를 극복하길 기대한다.
한화는 백업 포수로 지성준·엄태용이 있지만 1군 경험이 많지 않다. 한용덕 감독은 어깨 강하고 펀치력이 있는 지성준을 주목하고 있지만 성장에는 시간이 걸린다. 당장 최재훈 외에 대안이 마땅치 않다. 나 홀로 훈련까지 할 만큼 부진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최재훈의 부활에 한화 반등이 달려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