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해야했다"
KBS 2TV 새 월화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의 말이다. 첫 방송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이 같은 말과 함께 "이번 드라마의 승부수는 연기"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말은 백 번 천 번, 옳았다. 2일 첫 방송부터 '우리가 만난 기적'은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데 8할은 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이다. 주연부터 조연에 아역까지 누구 하나 구멍이 없었다.

첫 방송에서 은행 지점장 송현철A(김명민 분)는 출세와 야망을 위해 아내 혜진(김현주 분)을 하우스메이드 취급하는 독설을 퍼부었다. 자신의 생일에 아내 대신 내연녀 효주(윤지혜 분)를 만나기도.
그런 그와 같은 이름에 생년월일까지 같은 또 다른 송현철B(고창석 분)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아내 연화(라미란 분)와 평범한 가정을 이루며 대출 받아 중국집을 운영할 소박한 꿈을 꾸는.

극과 극의 두 사람은 한날 한시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신의 실수가 생겼다. 신계에서 내려온 신입 아토(카이 분)는 두 송현철의 영혼을 바꿔 데려가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송현철B의 영혼을 되돌려줬지만 이미 늦었다.
송현철B의 시신은 이미 화장 처리됐고 송현철A 역시 사망했다. 결국 송현철B의 영혼은 송현철A의 몸에 들어가게 됐다. 입관식을 치르던 가족들 앞에 수의를 입은 송현철A가 벌떡 일어났다. 물론 그의 영혼은 송현철B였다.
김명민은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와 인생 연기를 펼쳤다. 말 속에 가시를 가득 담아 아내와 회사 직원들에게 퍼붓거나 출세를 위해 줄서기를 하고 아내 몰래 바람까지 피우는 밉상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고창석은 그와 전혀 다른 푸근한 연기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내 라미란과 호흡은 당연히 찰떡. 김명민의 아내 역을 맡은 김현주 역시 품위 있는 감정 연기로 극의 가진 무게감을 더했다.
잠깐 등장한 윤석화, 황보라, 최병모, 황석정, 이도경, 김환희, 윤지혜, 정석용, 정한용, 카이 등도 '우리가 만난 기적'에서 없어선 안 될 조연들이었다. 덕분에 이 작품이 더욱 입체적인 스토리를 그려갈 수 있는 것.
백미경 작가의 빅피처처럼 '연기 본좌' 김명민을 중심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두 이 작품에 모여 들었다. 시청자들이 웰메이드 '우리가 만난 기적'을 만난 게 기적 같은 느낌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우리가 만난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