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영화들과 비교해 저예산이 들어간 작은 영화들은 사실 개봉이 어렵기도 하다. 이에 출연 배우들은 자신의 출연료보다 작품성을 선택하기도 한다. 개런티를 작품의 완성도에 양보하고 좋은 영화 완성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충무로에서 ‘ 노개런티’ 출연으로 화제가 된 배우들을 모아봤다.
■ ‘덕구’ 이순재








올해 나이 84세, 연기 경력 62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현역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이순재. 그가 7년 만에 주연작 ‘덕구’로 돌아와 전 국민의 마음에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순재는 ‘덕구’의 인터뷰를 통해 “주연은 7년만이다. 또 내 분량이 90% 이상이라 욕심이 났던 게 사실이다”라며 “여태까지 시나리오만 수천 편 이상을 봤기 때문에 딱 보면 아는데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노 개런티로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억지스러운 설정이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갔고 심금을 울렸다는 이유를 꼽았다.
이순재를 비롯한 장광, 성병숙까지 따뜻한 시나리오에 매료되어 흔쾌히 노 개런티 참여를 결정했다.
■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고현정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미쓰GO’ 이후 6년 만에 출연을 결정한 고현정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연출을 맡은 이광국 감독은 조감독 시절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의 영화에서 고현정과 작업을 한 바 있는데 그 인연을 통해 다시 한 번 감독과 주연 배우로 만나게 됐다.
10억 원이 안 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의 작품성을 위해 고현정은 노 개런티 출연을 결정했다. 제작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작품성만 보고 출연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 시나리오를 보고 반한 상대역 이진욱 역시 고현정과 함께 노 개런티로 작품에 합류했다.
■ ‘뷰티풀 데이즈’ 이나영

배우 이나영은 영화 ‘하울링’ 이후 차기작으로 ‘뷰티풀 데이즈’를 택했다. 무려 6년 만의 복귀다.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윤재호 감독의 연출작이다.
이 영화는 탈북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떠난 엄마가 14년 만에 아들과 재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나영은 고통의 기억을 품고 있지만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는 엄마를 연기한다.
그는 “의미를 지닌 시나리오와 윤재호 감독의 독특한 영화 세계에 대한 확신으로 영화 출연을 결정했다”며 제작비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도록 노 개런티 출연을 결정했다.
■ ‘도희야’ 배두나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던 배두나도 앞서 ‘도희야’에 노 개런티로 출연한 바 있다. 당시 배두나는 폭력에 노출된 소녀 도희를 보호하려는 파출소장 영남을 연기했다.
배두나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도희야’의 시나리오를 읽고 사랑에 빠졌고 이 작품이 꼭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굉장히 좋은 작품이지만 제작 환경에 좌절되는 경우가 있다. ‘도희야’에 참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작품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 ‘부러진 화살’ 안성기

일명 ‘석궁 테러 사건’을 영화화한 ‘부러진 화살’은 제작비 5억 원 가량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이는 주연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 계약을 성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안성기, 박원상 등 배우들은 정지영 감독과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으로 작품에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30여 명의 스태프도 무임금으로 작품에 합류했다는 전언이다.
안성기는 노 개런티로 출연 이유에 대해 “작품은 좋은데 상업적으로 약하면 투자가 잘 안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었다”며 좋은 작품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