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이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을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가정 폭력을 행사하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 받지만 가족 밖에 모르는 평범한 중년 남자가 뜻밖의 사고로 아이를 죽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아들을 지키려는 부성애 깊은 아버지 캐릭터를 심도 있게 표현한 것이다. 러닝타임 123분 동안 마치 최현수라는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 것 같은 몰입감과 현실감을 선사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7년의 밤’은 한 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 최현수(류승룡 분)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 오영제(장동건 분)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 등의 대작 영화를 통해 천만 배우 클럽에 입성한 류승룡이 살인범 최현수로 분해 원작 속 캐릭터 이상의 감정을 보여줬다. 소설이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를 다뤘다면 영화는 현수와 오영제의 대결에 집중했다.

현수에 의해 딸 세령(이레 분)을 잃은 영제와 복수심에 불타는 영제에 맞서 아들 최서원(고경표 분)을 지키려는 두 남자의 대결이 처절하다. 류승룡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부터 다가올 복수에 맞서 서원을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의 면모까지, 현수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류승룡은 한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잃었을 때 느끼는 감정, 그에 따른 해결방식, 인생의 끝을 앞둔 사형수의 심경까지 깊이 있게 탐구하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촬영 내내 현수의 감정에 빠져 촬영이 끝난 6개월 후까지도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털어놨는데, 영화를 보면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과 현실감 있게 보이기 위한 노력을 많이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출중한 외모를 가진 배우가 주는 감동의 크기는 적다. 하지만 연기파 배우가 선사하는 깊은 감정 연기는 심금을 울리며 오랜 시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류승룡이 명품 배우에 들어선 것은 바로 그의 연기력 덕분이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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