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의 라인업 구상이 꼬였다. 물론 불가피한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추신수(36·텍사스)의 ‘타순 떠돌이’ 생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추신수는 3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와의 경기에 선발 1번 우익수로 출전했다. 팀의 1-3 패배에도 불구하고 4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이날 팀의 유일한 멀티히트 기록 선수였다. 시즌 타율은 4할로 올랐고, 출루율도 종전 4할1푼7리에서 4할7푼1리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날은 추신수의 올 시즌 첫 리드오프 출격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외야수 델리노 드쉴즈의 부상 때문이다. 드쉴즈는 텍사스의 개막 리드오프였다. 배니스터 감독은 기동력이 있는 리드오프를 선호하는 편이다. 실제 드쉴즈는 지난해 29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올해도 배니스터 감독의 신뢰는 여전했다. 하지만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3월 31일 휴스턴전에서 왼손 유구골 골절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다. 4주에서 6주 정도 결장이 예상된다.

배니스터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라인업 구상을 밝혔다. 드쉴즈를 1번에 두고, 2번에는 장타력을 갖춘 조이 갈로를 선택했다. 그러나 논란이 제법 컸다. 팀 내 최고의 출루 능력을 갖춘 추신수를 6번에 배치한 것이 발단이었다. 배니스터 감독은 이에 대해 상·하위 타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득점 생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7~9번 앞에 추신수를 놓는 것이 비생산적이라고 맞섰다.
드쉴즈가 부상을 당하자 배니스터 감독은 엘비스 앤드루스를 리드오프로 실험했다. 그러나 3일 돌연 추신수를 1번으로 올렸다. 추신수는 올 시즌 들어 6번과 5번을 쳤다. 배니스터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 시점에서 가장 생산력이 뛰어난 타자(앤드루스)를 중심타선에 놓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드쉴즈가 부상으로 낙마한 이상, 다시 출루율에 중점을 둔 전통적인 라인업을 짜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추신수가 1번으로 올라간 이유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를 칭찬했다. 배니스터 감독은 “라인업의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특별한 타자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치켜세웠다. 추신수도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타순이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드오프로 고정될지는 미지수다. 배니스터 감독의 지난해 전례도 있고, 당장 드쉴즈가 돌아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배니스터 감독의 말대로 추신수는 어느 타순에 갖다놔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상위타선에서는 높은 출루율이 빛난다. 2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장타력은 중심타선에도 어울린다. 팀에는 귀중한 가치다. 그러나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 카드를 지나치게 휘둘렀다. 추신수는 어느 날에는 2번에 갔다가, 어느 날은 중심타선에 갔고, 조금 부진할 때는 9번에 배치되기도 했다. 타격감이 좋을 때 알 수 없는 이유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MLB 구조의 특성상 이것이 100% 감독의 뜻이라고는 볼 수 없다. 감독도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의 수를 짠다. 그래도 대개 선수들은 고정된 타순을 선호한다. 똑같이 타석에 들어가는 것 같지만 타순마다 제각기 임무가 있기 마련이다. 그 임무에 충실히 대비하려면 어느 정도의 고정과 안정도 필요하다. 팀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은 타순이 고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추신수는 올해도 그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야 할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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