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지막 혈이 뚫리지 않았다. 침묵하는 이대호(롯데)의 모습에 롯데 타선도 마지막 한 끗이 부족한 화력을 보이고 있다.
롯데는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11점)을 올렸다. 한 이닝 8점을 내는 빅 이닝도 있었다(4회초). 비록 팀은 투타 밸런스의 부재 속에 11-17로 완패했지만 어쨌든 그동안 고민거리였던 타선의 침묵은 해소시켰다.
손아섭이 4안타를 기록했고 김문호가 멀티 히트, 민병헌도 안타를 추가했다. 또한 타격감이 가장 바닥이었던 채태인도 이날 첫 장타를 때려내는 등 멀티 히트 2타점으로 활약했다. 한동희, 신본기 등 하위 타선도 멀티히트의 활약.

하지만 이들 만의 활약으로 타선 폭발의 방점을 찍었다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바로 4번 타자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이대호가 무안타에 그쳤다. 이대호는 이날 3타수 무안타 4사구 2개 1득점 2삼진을 기록했다. 이대호에게 남은 잔루도 4개였다.
현재 이대호의 기록은 9경기 타율 2할6리(34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83에 그치고 있다. 지난 30일 사직 NC전 시즌 마수걸이 홈런포를 때려내긴 했지만 장타력이 뚝 떨어졌다. 득점권에서도 7타수 무안타로 잠잠하다.
언젠가는 곧 살아날 것이라는 신뢰가 쌓여 있고, 시즌 종료 후 기록적으로도 그의 평균적인 수치를 낼 것이라는 의심은 없지만 현재 팀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이대호의 부진은 못내 아쉽기만 하다.
타선의 침체를 이대호만의 문제로 돌리기엔 힘들다. 야수진 전체가 개막에 맞춘 컨디션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일단 현재 롯데 타선의 침묵의 1차적인 원인이다. 베테랑들이 다수인 선수들이었다고 하더라도 타자들의 감을 체크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믿어 방관한 코칭스태프 역시 2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이대호가 중심을 잡아줬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이대호가 롯데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 개막 9경기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해와 올해의 편차는 극심하다. 이대호는 지난해 개막 9경기에서 타율 4할6푼9리(38타수 15안타) 3홈런 6타점 OPS 1.334의 기록을 남겼다. 이 기간 팀은 7승2패로 공동 1위까지 치고 올랐다. 이대호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본다면 이대호가 타선의 혈을 완전히 뚫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주에는 신원 미상의 롯데 팬으로부터 개막 7연패의 화풀이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치킨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2년 연속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과 부담감도 막중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이대호가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어떨지 감히 짐작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경기장 위에서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타선의 막힌 혈을 뚫어줘야 하는 역할도 해내야 하고, 그 역할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야만 롯데도 다시금 살아날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