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스카우트한 작업반장이 앞에서 끌고, 이제는 일처리가 능숙한 중간 관리자들이 뒤에서 민다. 지난해 인턴 생활을 했던 어린 근로자들도 제법 손이 빨라졌다. 느긋하게 모닝커피를 즐기던 공장장도 출근을 마치고 업무에 돌입했다. 톱니바퀴가 착착 물려 돌아간다. SK의 홈런공장 풍경이다.
지난해 KBO 리그 단일시즌 팀 최다홈런(234개)을 쳤던 SK의 홈런공장이 폭주하고 있다. 이 정도까지 주문도 안 했는데 서비스로 나눠주려는 듯 굴뚝에 연기가 자욱하다. 2일과 4일은 그 절정이었다. SK는 2일 대전 한화전과 4일 인천 KIA전에서 각각 6개씩의 홈런을 쳤다. LG, 한화(이상 9개) 이하 6개 팀의 시즌 9경기 생산량을 이틀 만에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는 KBO 리그의 획을 긋는 또 하나의 신기록이기도 했다. KBO 리그 역사상 팀 2경기 연속 6홈런 이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종전에는 1997년 5월 4일과 5일 나란히 5홈런 이상을 기록한 삼성을 비롯, 5홈런 이상이 4번 있었을 뿐이었다. 적어도 홈런 부문에서는 KBO 리그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SK의 대포 행렬은 말 그대로 놀랍다. 시즌 초반 KIA, KT 등의 홈런 행진에 자극을 받았다는 듯, 배로 홈런을 쏟아내고 있다. 9경기에서 무려 25개의 아치를 그렸다. 경기당 2.78개 꼴인데, 이는 지난해 SK가 기록한 역대 최고치(경기당 1.63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그 위력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기는 불가능하겠지만, 산술적으로 팀 400홈런 페이스다. 300도 아닌 400이다.
경쟁하듯 홈런을 찍어내고 있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요즘이다. 김동엽이 6개, 최정과 로맥이 5개의 홈런을 쳤다. 세 선수가 16개를 쳤다. 3위 KIA의 팀 홈런이 16개다. 이어 한동민 정진기 최승준이 2개씩을 기록했고 김성현 나주환 정의윤도 한 번씩 손맛을 봤다. 중심타선은 말할 것도 없고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담장을 넘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물론 앞으로도 고비는 찾아올 것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한창 좋을 때다. 아쉽게도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 홈런이 터지지 않을 때 SK가 어떤 방법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검증이 덜 됐다. 하지만 고무적인 부분도 있다. 장타율과 출루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런은 지난해에도 잘 쳤던 SK다. 그러나 팀 타율이 리그 최하위였다. 출루율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홈런이 아니면 득점 루트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런이 매일 나올 수는 없는 만큼 필연적으로 득점력의 기복이 생겼다. 또한 홈런도 유독 솔로홈런이 많았다.
코칭스태프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지난 마무리캠프부터 전지훈련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기본적인 장타력은 살리되, 타석에서의 확실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권장했다. 쉽게 죽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 결과 SK의 출루율은 3할7푼8리, 득점권 타율은 3할2푼1리다. 모두 리그 선두다. 당연히 득점(71점)도 리그 1위다. 1위가 안 되면 이상한 세부 지표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SK는 KBO 팀 타격의 역사를 다 바꿔버릴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