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276HR’ 김동주 넘은 최정, 전설의 길로 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4.04 06: 20

“그냥 ‘정말 잘 친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범접할 수 없는 선배였죠”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까까머리 소년은 상대 팀의 핫코너를 지키는 거목을 유심히 살폈다. 타격과 수비 모두 물이 흐르듯 부드럽게 흘러갔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강한 힘과 어깨를 뽐냈다. 핫코너에 서 있던 선수는 김동주(42), 그리고 그 김동주의 플레이를 눈에 담고 있었던 소년은 바로 최정(31)이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넘볼 수 없는 선배로 생각했다. 그러나 남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13년을 걸었더니 그 선배가 세운 하나의 이정표가 눈앞에 나타났다. 또 좀 더 나아가니 어느새 그 이정표가 뒤로 사라졌다. 김동주는 프로 통산 1625경기에서 273개의 홈런을 치고 은퇴했다. 최정은 1401경기에서 276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 한 번에 3개의 홈런을 치며 김동주를 넘어섰다.

김동주는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3루수 중 하나로 뽑힌다. 국가대표 4번 타자를 역임한 3루수이기도 했다. 타격 기술은 모든 지도자들과 팬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투수친화적인 잠실을 썼다는 점, 말년에 경력을 까먹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산 타율이 3할9리에 이른다. 여기에 273홈런과 1097타점이라는 화려한 성적을 더했다. 그런데 이제 최정이 그 김동주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 
평소 기록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최정이다. 어떠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즌에 들어가지 않는다. 자신의 통산 홈런 개수도 당연히 몰랐다. 최정은 김동주를 넘어섰다는 질문에 “정말 그런가? 어느 시점에 그랬는가. 사실이라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반문하면서도 “기록은 생각하지 않는다. 야구를 그만두는 날까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소박한 다짐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무시무시한 다짐이기도 하다. 최정이 지금과 같은 활약을 꾸준하게 이어간다면, 김동주나 이범호 등 선배들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의 3루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설을 넘어선다는 자체는, 새로운 전설의 출현을 의미한다.
최정은 3일까지 276홈런-920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제 3루수 중 최정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아직 현역인 만 37세의 이범호(KIA·310홈런) 뿐이다. 최정은 이범호보다 6살이 어리다. 이범호가 은퇴하면 최정이 3루수 역대 최다 홈런 타이틀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좀 더 나아가면 이승엽의 홈런 기록(467개)에 도전할 수 있는 최유력후보이기도 하다. 하나의 이정표를 지나간 최정이 다음 이정표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보폭은 언제나 그랬듯이 묵직하고 부지런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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