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엔트리 진입이 지상과제였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입지를 넒혔다. SK 야수진의 백업 요원이었던 ‘3총사’가 이제는 주전 구도에도 변수로 떠올랐다.
시즌 첫 9경기를 7승2패로 끊은 SK는 여러 지점에서 지난해에 비해 발전한 모습이 보인다. 불펜이 안정감을 찾았고, 타선은 장타력을 유지한 채 출루율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90년대생 백업 선수들도 알토란같은 몫을 하며 팀의 기복이 줄이고 있다. 외야수 정진기(26)와 내야수 박승욱(26), 최항(24)이 그 주인공들이다. 최근 출장 기회가 늘며 겨우내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과시 중이다.
정진기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개막 엔트리 합류조차 불투명했다. 공·수·주 3박자가 잘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SK 외야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던 탓이다. 박승욱과 최항은 내야 백업 경쟁이 헐거워 일찌감치 엔트리 한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불안감은 있었다. 박승욱은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최항은 상대의 분석 속에 지난해의 기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세 선수 다 잘 풀리는 모양새다.

시범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한 정진기는 팀의 중견수 및 리드오프로 활약 중이다. 3일까지 8경기에서 타율 3할2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0.998, 2홈런, 5타점, 3도루의 맹활약이다. 다른 팀의 주축 리드오프가 부럽지 않은 성적이다. 홈런을 칠 수 있는 매력적인 1번 타자라는 점에서 구단의 기대가 크다. 팀에 확고한 리드오프가 생긴다면 2번으로 가도 좋을 만한 활용성을 가졌다.
최항은 주전 2루수인 김성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워낙 방망이가 좋다. 7경기에서 2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4할7푼4리, OPS 1.334를 기록 중이다. 2루수로서 이 정도 타격이면 리그 최정상급이다. 홈런은 없지만 2루타 이상의 장타를 곧잘 만들어낸다. 9개의 안타 중 5개(2루타 4개·3루타 1개)가 장타다. 출루율은 5할4푼5리에 이른다. 득점권 타율도 5할7푼1리로 6개의 타점을 수확했다. 최근에는 우완 상대 주전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해 큰 시련을 겪은 박승욱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초반 수비 실책에 마음고생이 심해 결국 타격까지 무너졌던 박승욱은 “더 담담해지고, 과감해지겠다”는 약속대로 얼굴에 비장함이 감돈다. 공에 종아리를 맞아 잠시 결장 중인 나주환을 대신해 출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 5경기에서 타율이 무려 5할5푼6리다. OPS는 1.303에 이른다. 실책에도 굴하지 않고 호수비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지난해 부족했던 장면이 올해 나오고 있다.
물론 실수도 한다. 정진기는 개막전에서 두 개의 어이 없는 실책을 범했다. 박승욱도 실책 하나, 최항은 실책 두 개를 했다. 그러나 팀이 이기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실책이라 다행스럽다. 만약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 실책 하나에 어린 선수들이 급격하게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팀 승리로 마음의 부담을 털어낼 수 있었다. 주장 이재원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도 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 선수가 팀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정진기는 팀이 기대하는 차세대 외야수다. 외야 세 포지션, 어느 타순도 소화할 수 있어 활용성이 크다. 최항은 2루는 물론 3루와 1루도 백업을 봐야 한다. 말 그대로 주전 같은 백업이다. 박승욱은 센터라인의 중심이 되는 유격수다. 지난해 주전으로 밀었다는 점에서 SK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이런 세 선수의 활약은 어쩌면 당장의 성적보다 더 반가운 요소다. /skullboy@osen.co.kr
[사진] 박승욱-최항-정진기(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