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는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변하고 격동의 세월이 흘러간 지난 10년, 강원FC를 오롯이 지켜온 스태프가 있다.
K리그 강등과 운영상 문제 등 구단이 각종 위기에 처해도 강원과 묵묵히 함께 걸어 온 단 한명의 스태프가 있다. 강원에서 근속 10주년을 맞은 이영주(56) 구단 버스기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영주씨는 1987년부터 2007년까지 K자동차 회사에서 20년 간 근무를 했다 능력을 인정받던 그는 다른 운수회사로 직장을 옮겼으나 2008년 말 돌연 그만뒀다. 고향인 강릉에 최초로 프로축구단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축구는 젊었을 때부터 좋아하던 그가 고향인 강원도에 최초의 프로축구단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고 선수단 차량 운전기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자마자 이전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이영주 씨는 “축구단이 생긴다니 마냥 좋았다. 거기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마침 공고가 났다.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지원했다. 마지막 직장으로 강원FC를 선택하자고 결심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영주 씨가 10년 간 거르지 않고 반복하며 정성들여 해온 업무는 바로 안전점검이다. 버스 이동이 예정된 사흘 전부터는 항상 차량정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선수단이 이동하다 버스가 멈추진 않을까 노심초사다.
안전점검과 함께 버스 실내를 깔끔하게 유지하는데 신경 쓴다. 선수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허브 향을 가득 채운 꽃과 자주 찾는 용품 및 장비들을 선수가 원하는 위치에 비치한다. 경기 외적으로 신경 쓸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다.
이영주 씨는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항상 차량 상태가 최고로 좋아야 한다. 버스가 편안한 승차감을 갖추지 못하면 선수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고 경기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버스는 선수들이 이동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유일한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K리그2(챌린지)로 강등이 확정되며 2016년까지 이어졌던 강원의 암흑기 동안 많은 직원들이 떠났다.
창단 멤버로 함께 구단을 꾸려왔던 직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우며 프론트 직원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2014년 운영상 문제로 월급이 밀리는 등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는 “급여가 밀리는 상황도 있었고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다들 힘들어했다. 직원들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언론보도를 듣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절망하는 모습도 봤다. 그리고 떠나갔다. 마음이 아팠던 순간이다”라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영주씨는 끝까지 남았다. 창단 당시 7만 명에 달하는 강원도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며 탄생한 강원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는 “위기가 닥쳐 슬픈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믿었다. ‘급여가 밀린 건 구단 상황이 정상화되면 반드시 해결되고 극복될거다. 큰 걱정하지 말고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고 들어온 처음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 시기를 잘 넘겼다"고 회상했다.
이영주씨는 K리그2(챌린지) 무대에서 K리그1(클래식) 무대로 승격이 확정됐던 2016년 성남일화와의 승격 플레이오프 경기를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1차전 홈에서 0-0 무승부를 거두고 돌아온 뒤 2차전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강원FC는 원정 다득점 결과에 따라 승격을 확정지었다. 강등 이후 가장 큰 소망이었던 승격이 확정된 것이다. 이영주씨가 강원FC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유일하게 기뻤던 무승부 경기였다.
이영주씨는 “경기에 패배하게 되면 버스에 탑승하는 선수들의 표정부터가 다르다. 무승부는 조금 덜하지만 그래도 역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표정들이 좋지 않다. 그런데 그때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는 제가 본 무승부 경기 직후 선수들 얼굴 중 가장 행복했던 표정이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영주씨는 근속 10주년을 맞아 구단과 서포터즈로부터 감사패와 명예 유니폼 선물까지 받았다. 그는 선물을 받으며 생긴 소원이 하나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 나는 그림자였다. 그런데 2016년부터 새로운 대표님과 운영진이 온 뒤로 구단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문화가 생겼다. 홈 경기가 열리는 날 제게 감사패가 주어지는 행사가 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전했다.
이어 "선수단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끈끈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반드시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해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데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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