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한심했다".
한화 포수 최재훈(29)은 지난 1일 대전 SK전을 마친 뒤 구장을 쉽게 뜨지 못했다. 모두가 빠져나간 텅 빈 그라운드, 유니폼 차림으로 홀로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타석에 서서 아무도 없는 마운드를 보며 혼자 스윙을 반복했다. 중간 중간 해질녘 하늘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최재훈은 이날까지 개막 8경기에서 17타수 1안타 타율 5푼9리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개막전 첫 타석 이후 16타수 연속 무안타. 타격뿐만 아니라 강점인 수비마저 흔들렸다. 한화는 홈 개막 3연전을 싹쓸이 패하며 4연패 늪에 빠졌다. 주전 포수로서 최재훈의 좌절감은 상상이상으로 컸다.

3일 대전 롯데전에서 최재훈은 눈에 불을 켰다. 2회 첫 타석에서 좌중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혈을 뚫었다. 6회 1사 2루 찬스에선 우중간 꿰뚫는 1타점 2루타로 쐐기 점수를 만들어냈다. 볼넷도 2개를 얻어내며 3타수 2안타 1타점 4득점. 5회에는 데뷔 첫 도루를 하는 등 느린 발에도 이 악물고 뛰었다. 한화도 롯데에 17-11로 승리하며 4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최재훈은 지난 일요일 나 홀로 훈련을 떠올리며 "나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이게 야구선수냐' 싶을 정도로 내가 봐도 답답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용덕 감독을 비롯해 한화 스태프는 "주전 포수로서 너무 잘하려는 부담이 크다"며 최재훈의 실력을 의심하기보다 심적인 부담을 걱정했다.

최재훈은 "그런 부담도 있지만 내가 많이 부족했던 탓이다. 다른 이유 없다"며 "일요일 혼자 홈플레이트에서 하늘을 보며 마음가짐을 고쳤다. 이제 8경기를 했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는데 왜 지금 벌써 멘붕이 왔는지 반성했다. 정신상태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하늘을 보며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부터 좌절할 필요가 없었다.
홀로 훈련을 마친 뒤 최재훈은 강인권 배터리코치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저 때문에 자꾸 지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에 강인권 코치는 "너 혼자 잘못이 아니다. 아직 경기 많이 남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집중해서 파이팅 해보자"는 따뜻한 격려로 움츠러든 애제자 최재훈을 일으켜세웠다.
최재훈은 "코치님 말씀에 와닿았다. 죄송하고 감사했다"며 "여기서 무너질 순 없다. 다시 해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풀타임 주전 포수 첫 해 시작부터 혹독한 시간을 보낸 최재훈이지만, 뼈저린 반성을 통해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최재훈의 주전 포수 시즌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