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2)은 지난 시즌 초반 트리플A를 폭격했다. 퍼시픽코스트리그 4월 최우수선수(MVP)이기도 했다. 유격수 자원인 대니 워스가 초반 부상으로 이탈하자 SK는 단점을 메우기보다는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 로맥은 그렇게 한국 땅을 밟았다.
로맥은 배가 고픈 프로다. 마이너리그 생활이 길었다. 메이저리그(MLB) 경력은 짧게 스쳐지나갔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뭔가의 승부를 봐야 했다. 그 순간 낯선 나라에서 제의가 왔다. 로맥은 SK의 손을 잡았다. 거창한 조건도 아니었다. 총액은 45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것도 옵션 15만 달러가 포함되어 있었다. 보장은 30만 달러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로맥은 그 조건도 받아야 하는, 조금 냉정하게 말하면 생계형 선수였다.
일본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로맥은 동양 야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트리플A쯤 가면 코치가 선수의 타격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달랐다. 한 타석만 안타를 치지 못해도 곧바로 교정이 들어왔다. 로맥은 그래서 정중하게 한 가지 조건을 달았다. “내 타격폼을 수정하지 말아달라”였다.

처음에는 고전했다. 로맥은 자신의 존이 뚜렷한 타자다. 자신의 존에 들어오지 않는 공은 삼진을 당할지언정 손을 대지 않았다. KBO 리그의 분석 수준은 높았다. 약점인 바깥쪽에 집중적으로 공을 던졌다. 로맥은 속수무책이었다. SK는 로맥의 타격 어프로치를 바꾸고 싶어 했다. 하지만 로맥이 건 조건 때문에 처음에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때 로맥이 먼저 마음을 열었다.
반드시 성공을 해야 했다. 재계약을 위해 승부를 걸었다. 자신의 신념을 바꿀 정도로 절박했다. 그렇게 약간의 수정을 거쳤고 실적은 확실했다. 후반기 타율과 출루율이 수직상승했다. 1할대에 머물던 타율이 많이 올라갔다. 힘은 이미 확실한 인정을 받고 있었다. 홈런 개수가 늘어났고, 총액 85만 달러를 받고 재계약도 골인했다. 선수는 물론, 가족들도 좋아했다. 한국은 로맥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로맥은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 무대에 적응을 했다. 첫 10경기에서 타율 3할5푼9리, 6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1.289에 이른다. 리그 최고 4번 타자 레이스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로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도 있다. 로맥은 지난 주말 대전 한화 3연전부터 배트를 조금 짧게 잡고 있다. 외형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배트를 돌려 잡는 것이 확실히 눈에 띈다. 좀 더 간결하고 정확성 있는 타격을 하기 위해서다. 이 정도 슬러거가 이런 변화를 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로맥은 안주하지 않았다. 그 결과도 좋았다. 한화와의 주말 3연전에서 모두 홈런을 쳤고, 그 기세를 KIA와의 주중 3연전으로 몰고 왔다. 5경기 연속 홈런이다.
물론 계속 이런 타격감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고비도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로맥은 그때마다 절박하게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성공의 경험도 있으니 긍정적이다. 로맥은 한국에서 오래 뛰고 싶다. 몇 년 더 활약해 팀의 주장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그런 자세 또한 SK 팬들의 박수를 받고 있을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