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와 레이솔(일본)전 승리의 전리품은 차고 넘친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지난 4일 일본 가시와의 히타치 가시와 스타디움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E조 조별리그 5차전 원정 경기서 전반 16분 로페즈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32분 이동국의 쐐기골을 더해 가시와를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전북(승점 12)은 최소 조 2위를 확보하며 조기에 16강행을 확정지었다. 전북은 오는 18일 '꼴찌' 킷치SC(홍콩)와 조별리그 최종전(홈)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16강에 오른다.

▲ 자신감 안고 K리그 선두권 경쟁
가시와전 승리의 가장 큰 성과는 살인적인 4월 일정을 보다 수월하게 치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감은 덤이다. 전북은 킷치전서 무승부만 해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다. 톈진이 가시와를 이기고 전북이 킷치와 비긴다고 가정하면 두 팀의 승점(13)과 승자승(1승 1패)은 동률이지만 전북이 톈진과 상대전적 골득실서 1골 앞서 있어 1위로 16강에 간다.
전북이 킷치전을 부담없이 치를 수 있게 되면서 리그 선두권 싸움에도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됐다. K리그1 3위 전북(승점 9)은 오는 8일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10) 원정길에 오른 뒤 11일 선두 경남FC(승점 12)와 원정 경기를 벌인다. 시즌 초반 리그 선두 싸움의 중차대한 2연전이다.
최강희 감독은 "한국에 돌아가면 일주일에 두 번 K리그 경기가 있다.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며 전체적인 리그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가시와전 승리가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이동국과 송범근의 재확인
가시와전은 이동국과 송범근의 능력을 재확인한 경기였다. 이동국이 이날 그라운드를 밟은 건 후반 22분. 골까지는 10분이면 충분했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32분 김민재의 크로스를 전매특허인 발리로 연결, 쐐기골을 뽑아냈다.
이동국은 지난 2월 홈에서 열린 가시와전서도 팀이 0-2로 뒤지던 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3-2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2경기 연속 특급 조커의 위용을 과시하며 가시와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전북에 입단한 송범근은 넘버원 수문장의 자격을 재확인했다. 송범근은 이날 가시와의 결정적인 슈팅을 세 차례나 막아내며 지난 상주전에 이어 전북의 2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MOM(경기 최우수선수)을 차지한 송범근은 "이기면 16강행이 확정되는 중요한 경기였다. 팀이 이기려고 하다 보니 좋은 상까지 받게 됐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며 "그간 우리는 선제골을 내주고 따라갈 때 어려운 상황을 맞았었기에 선제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더 노력했다"고 활약 비결을 전했다.

▲ 2연패 뒤 3연승, 2경기 연속 무실점
전북은 지난달 인천 유나이티드에 2-3으로 패한 뒤 톈진 원정서 2-4로 지며 2연패의 위기에 빠졌다. 가장 도드라진 문제는 불안한 수비진이었다. 앞서 톈진과 홈 경기서 3실점을 포함해 3경기서 무려 10골이나 내주며 뒷마당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전북의 위기는 2경기로 충분했다. 국가대표 수비진으로 구성된 전북은 이후 FC서울과 상주 상무를 각각 2-1, 1-0으로 잡은 데 이어 가시와전서 2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며 빠른 시간 안정감을 되찾았다.
수비가 안정되니 승리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올 시즌 개막 후 4연승의 기세를 올렸던 전북은 2연패 뒤 3연승으로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ACL 조기 16강행과 함께 K리그1 선두권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를 갖춘 셈이다./dolyng@osen.co.kr

[사진]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