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을 벗은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가 메이저리그(MLB)를 충격에 빠뜨렸다. 단순한 성적상 수치도 좋지만,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더 대단한 재능임이 확인되고 있다.
시범경기 부진은 이미 잊혔다. 정규시즌 뚜껑을 열자마자 대활약이다. 오타니는 지난 2일 오클랜드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3실점의 무난한 투구로 승리를 따냈다. 이후로는 타자로 맹활약이다. 3일 하루를 쉰 오타니는 4일과 5일 연속으로 대포를 터뜨리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특히 5일은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언론과 팬들은 일제히 흥분했다.
라이브볼 시대, 즉 1920년 이후 팀의 첫 7경기에서 승리와 2개 이상의 홈런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오타니 이전에 딱 3명이 있었다. 가장 근래 선수는 2006년 브론슨 아로요였다. 역대 최고의 야구 선수이자 투·타 겸업 선수로 뽑히는 베이브 루스 또한 ‘승리+2홈런’에 최소 17경기가 필요했다. 오타니의 초반 활약을 더 돋보이게 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오타니의 현재까지 세부 내용은 어떨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경기추적프로그램인 ‘스탯캐스트’ 시스템을 통해 오타니의 첫 7경기를 살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구속과 타구속도, 그리고 주루속도 등에서 모두 MLB 탑클래스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세 가지 재능을 모두 갖춘 선수는 MLB에 없다는 단언이다.
오타니는 5일까지 타율 4할2푼9리, 장타율 0.857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누적 성적이야 떨어지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타구속도다. 오타니는 4일 경기에서 세 개의 안타를 쳤다. 모두 100마일(161km) 이상의 빠른 타구속도였다. MLB 역사상 투수가 하루에 100마일 이상의 안타 타구를 세 번이나 날린 적은 없었다. 최고 타구속도는 4일 세 개의 안타 중 마지막으로 무려 112.8마일(181.5km)에 이르렀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12.8마일 이상의 속도로 돌진한 타구는 MLB 전체를 통틀어도 0.24%밖에 되지 않는다. 오직 75명의 타자만이 이 수치를 한 번 이상 찍었다. 20타수 이상을 소화한 선수가 658명이므로, 오타니는 타구속도만 따지면 전체 11% 내의 타자인 셈이다. 돌려 말하면 나머지 90% 정도의 전문 타자들은 오타니만한 타구속도를 만들지 못했다.
2일 첫 등판 당시 오타니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8마일(157.7km)에 이르렀다. 최고 구속은 99.6마일(160.3km)이었다. 99마일(159.3km)에 이른 공은 무려 12개나 됐다. 역시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투수 중 99마일의 이상의 공을 12번 이상 던진 선발투수는 단 6명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0.51%에 불과하다. 무섭게도 오타니는 단 6이닝 만에 이 조건을 충족했다. 단 한 번이라도 99마일을 던진 투수라고 해봐야 85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MLB.com의 설명이다.
주루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남겼다. 공·수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으나 스카우트들이 오타니를 볼 때 가장 칭찬한 대목 중 하나다. 오타니의 주루속도는 최대 초당 29.9피트(약 9.1m)였다. MLB 평균은 27피트(8.2m)다. 2018년 개막 이후 오타니보다 더 빠른 순간속도를 보여준 선수도 단 46명뿐이다. 총 290명의 타자를 기준으로 했으니 이 역시 상위 16%다. 종합해 말하면 오타니는 상위 1%의 구속, 상위 10%의 타구속도, 상위 15% 정도의 주력을 두루 갖췄다는 말이 된다. 이런 선수가 나오기는 힘들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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