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를 일깨운 하주석의 투지, 최재훈의 오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4.06 06: 15

"전투력, 투지를 키워라". 
한화는 지난 3~4일 대전 롯데전에서 이틀 연속 승리하며 시즌 첫 연승에 성공했다. 4연패 이후 2연승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선발들의 조기 강판, 거듭된 수비 실수로 아직은 불안한 구석이 있지만 승리를 통해 조금씩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있다. 
4연패를 당한 뒤 한용덕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에서 "전투력을 키워라.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라"고 주문했다. 경기를 지더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패기, 분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랐다. 한 감독은 "아직 여러 부분에 어려움이 있지만 팀에 투지는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하주석이다. 지난 4일 대전 롯데전, 하주석은 6회 배장호의 커브에 오른 정강이 위쪽을 맞았다. 퍽 하는 소리가 날 만큼 충격이 있었고, 하주석도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절뚝이며 1루로 걸어갔다. 교체 의사를 보이지 않고 주루를 이어갔다. 
후속 백창수의 우중간 2루타에 1루에서 홈까지 단번에 질주해 동점 득점을 올렸다. 통증이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어 7회 타석에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까지 쳤다. 8회 1사에야 대수비로 교체됐다.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정강이에 멍이 든 수준이지만 순간 통증을 책임감으로 참고 버텼다. 
하주석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 그리고 정규시즌까지 28경기를 모두 유격수로 선발출장했다. 한 감독은 "주석이는 캠프 때부터 일부러 빼지 않고 선발로 썼다. 앞으로 우리 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선수다. 집중력이 금방 풀어지는 스타일인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주석도 한 감독의 마음을 읽었다. "가을야구까지 올해는 총 170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라며 스스로 다그치고 있다. 
하주석에 앞서 4연패를 당했던 지난 1일 대전 SK전에는 포수 최재훈이 오기를 보였다. 16타수 연속 무안타 침묵에 빠진 최재훈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홀로 구장에 남아 끊임없이 스윙을 하고 또 했다.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3일 롯데전에 2루타 2개로 2안타에 2볼넷으로 혈을 뚫었다. 그러자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찾았다. 
한 감독은 "재훈이가 대패한 날에도 혼자 그라운드에 남아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그런 투지 있는 모습이 지금의 우리에겐 바람직하다. 여러 선수들에게 전파되길 바란다"며 흐뭇하게 바라봤다. 한 감독의 요청으로 선수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자율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실내연습장도 리모델링 중이다. 자동 배팅볼 기계도 주문해서 선수들이 언제든 혼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했다. 
한화는 새롭게 변화해야 할 팀이다. 전력 구성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침체되고 가라앉으며 소극적이었던 팀 분위기도 바꿔야 한다. 하주석의 전투력과 투지, 최재훈의 분함과 오기는 그래서 더 반갑다. 위기의 한화를 깨운 터닝 포인트가 될 듯하다. /waw@osen.co.kr
[사진] 하주석-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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