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요, 오래오래 사십쇼"
평양에 울려퍼진 우리의 노래들. 그리고 북한 동포들에게 전달된 남한 가수들의 진심이 안방에도 닿았다. 평양 무대에 선 우리 가수들의 뭉클한 이야기가 시청자들도 울컥하게 만들었다.
지난 1일, 평양 대동강지구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가 5일 오후 8시, 지상파 3사를 통해 나란히 방송됐다.

윤상의 연출 아래 피아니스트 김광민, 정인, 알리, 백지영, 강산에, 밴드 YB, 레드벨벳, 최진희, 이선희, 조용필, 서현의 무대가 펼쳐졌다. 이들의 열창에 북측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서울서 왔습니다"
알리는 자신의 노래 '펑펑'을 부른 뒤 "저는 서울에서 올랑온 알리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평양 공연에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뜨거운 박수를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인사했다.
◆"겨울의 약속을 봄에 지켰네요"
MC를 맡은 서현은 품격 있는 진행으로 공연을 이끌었다. 오프닝에서 그는 "정인과 알리가 함께 부른 '얼굴'처럼 남과 북, 북과 남의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측 응원단과 같이 노래했다. 갑작스럽게 준비된 노래라서 악단분들과 헤어질 때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빨리 지킬 날이 올 줄이야. 추운 겨울에서 봄이 오듯 겨울의 약속을 봄에 지키게 돼 기쁘다. 따뜻한 봄의 새싹처럼 새로운 희망이란 꽃이 피어나고 있는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그때 받은 감동에 대한 보답으로 남측 예술단이 준비한 선물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평양에 처음 온 젊은 가수들도 있고 13년 전 평양 단독 공연한 연륜 있는 가수들도 열심히 준비했다. 기대 많이 해 달라. 즐겁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늘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요"
'총 맞은 것처럼'과 '잊지 말아요'로 폭풍 가창력을 자랑한 백지영은 "리허설 여러 번 했는데 여러분 보니까 감격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뜻깊은 무대에 초대돼 영광이고 만감이 교체된다. 오늘을 잊지 않고 더욱 활발한 남북 교류의 시작점이 되길. 우리 모두 잊지 말아요"라며 진심을 보였다.
◆"오래오래 사세요"
강산에는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라구요'를 열창하며 감동을 배가했다. 뭉클하게 노래한 뒤 그는 마이크를 잡고 "개인적으로 따뜻한 환대와 함께해 감격스러운 날이다.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상당히 좋겠다. 오래오래 사십쇼. 박수 많이 주세요"라고 외쳐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남한의 놀세떼입니다"
16년 만에 다시 평양에 선 YB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록 버전으로 편곡해 북한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안겼다. 윤도현은 "원래 계획에 없었는데 이곳 분들이 좋아하는 노래라서 준비했다"며 "다시 오게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다시 만나게 돼 반갑고 기쁘다. 우린 남쪽의 놀세떼이다. 진하고 편하게 놀아봤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레드벨벳 생소하시죠?"
레드벨벳은 걸그룹을 대표해 무대에 올랐다. '빨간 맛'을 라이브로 소화한 이들은 "평양 공연에 오게 돼 너무너무 영광이다. 저희 팀 이름이 생소하실 텐데 레드의 강렬함과 벨벳의 부드러움을 합쳐서 다양한 노래와 무대를 보여드리겠다는 마음이다. "이 무대를 시작으로 여러분과 만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 노래를 들려드리게 돼 영광이다.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숨차하는 이들을 보며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원했다.

◆"북한 동포분들, 사랑해요"
최진희는 4번째 평양 무대였다. 그는 "그동안 정말 오고 싶었다. 평생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이번엔 느낌이 다르다. 남과 북, 북과 남, 하나의 마음과 정서가 이어지는 건 하나의 민족이라 그렇다. 북측 동포 여러분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같이 느끼고 웃고 즐기는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다. 좋은 기억으로 함께 남았으면 좋겠다"고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또 불러주세요"
이선희 역시 2번째 평양 땅을 밟아 감격을 더했다. 그는 "16년 전 제 가슴에 보물처럼 남아 있었는데 두 번째로 이런 기쁨을 주셔서 감사하다. 얼마 전 북측 예술단이 서울에서 공연할 때 'J에게'를 불러 주셔서 감동이었다. 많은 분들이 아껴주셔서 감사하다. 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남측 북측 모두에게 봄이 와서 더 많은 교류와 미래를 향해 함께 갔으면 한다. 불러주신다면 언제든지 찾아 뵙고 좋은 노래 불러드리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노래로 교감해요"
2005년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까지 열었던 조용필이 마지막 가수였다. 그는 "13년 전 평양에서 공연했다. 그때 많은 분들이 제 음악과 노래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했다. 그때보다 더 여러분과 함께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감기가 심하게 걸렸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노래하겠다"며 자신의 히트곡을 열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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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