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1라운드는 KT가 3-1로 승자가 됐다. 리그 막바지 3연승으로 치고 올라가며 5강 경쟁에서 살아남았던 SK텔레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통과만 만족해야 했다.
지난 4일 플레이오프 1라운드 KT의 승리 원동력을 정의한다면 바로 밴 1단계의 정글 저격 3밴이다. 작정한 듯 KT는 1세트부터 4세트까지 일관되게 자크 트런들 세주아니 등 정글 챔피언 3개를 밴 카드로 소진했다.
1세트는 SK텔레콤이 9-3으로 32분 55초만에 먼저 가져갔지만 2세트부터 투입된 '스코어' 고동빈이 해결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을 견인했다. 다전제 승부에서 가장 중요하다던 1세트를 패배한 직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SK텔레콤의 정글 공략을 밀어붙였던 KT의 노림수가 빛날 수 밖에 없었다.

▲ '스코어' 고동빈, 왜 2세트에 교체 출전했을까
2세트 해결사로 투입된 '스코어' 고동빈은 2, 3, 4세트에서 모두 MVP를 독식했다. 고동빈은 2세트 올라프로 3킬 1데스 6어시스트를, 3세트에서는 스카너로 1킬 2데스 9어시스트, 마지막 4세트에서는 그라가스로 1킬 노데스 11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KDA는 무려 10.33(평균 1.67킬/ 1데스/ 8.67 어시스트)을 기록했다.
경기가 끝나고 오창종 KT 감독 대행에게 "스코어 고동빈이 왜 선발 출전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했다. 정말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오창종 감독대행은 "(고)동빈이의 부담감을 최대한 덜어주고 싶었다"는 말을 꺼내면서 고동빈이 2세트부터 출전한 이유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워낙 큰 경기이고, 팀 적으로 (고)동빈이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었다. 1세트를 승리했다면 '러시' 이윤재가 계속 경기를 소화했을 것이다. 1세트를 패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교체로 이어졌다. 최대한 부담감을 갖지 말라고 주문했다. 생각대로 경기가 잘 풀렸다."
오 대행이 염려했던 부담감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고동빈과 SK텔레콤의 악연은 2013년 롤챔스 서머 결승전부터다. 당시 2-0으로 앞서다가 2-3으로 역스윕 패배를 당하면서 다전제 악연이 시작됐다. 정규시즌서도 '패배'가 당연시 될 정도였다. 지난 해 롤챔스에서도 전부 패하면서 SK텔레콤이라는 상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경기 승리 후 고동빈은 "이제 다전제 승부에서도 SK텔레콤을 이겨서 너무 좋다. 그동안 언제 이겼을지 모를 정도로 SK텔레콤은 어려운 상대다. 이번 스프링에서는 모두 이겨서 앞으로도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동안 가졌던 부담감을 말끔히 털어냈다.
▲ 자크 트런들 세주아니 집중 밴은 왜?
'블랭크' 강선구는 롤챔스 스프링 정규시즌서 10종류의 챔피언을 다뤘다. 가장 많이 사용한 챔피언이 세주아니(7세트), 두 번째 많이 사용한 챔피언이 자크(6세트)다. 나머지 챔피언들을 열거하면 자르반4세(4세트, 3승 1패) 니달리 렝가 잭스 카밀 그라가스 올라프 스카너로 1패씩을 기록했다. 강선구가 포스트시즌서 새롭게 발굴한 카드는 바로 트런들이다. KSV와 경기서 두 세트를 사용해 1승 1패를 기록했다.
KT 코칭스태프는 이 점을 역이용했다. 오창종 대행은 "SK텔레콤의 최근 경기 흐름을 살펴보면 수비적인 정글 챔피언을 선택하는 움직임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후반을 가지 못하도록 빠르게 움직이는 밴픽을 구사했다. 그 점이 잘 맞아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코어' 고동빈은 '블랭크' 강선구의 평정심을 완벽하게 흔들었다. 2세트 올라프로 레드를 사냥하려던 강선구의 자르반4세를 도끼로 찍으면서 퍼스트블러드를 가볍게 챙겼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곧장 미드를 계속 공략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서는 공격의 방향을 틀어 봇을 두들겼다. 1-0 상황에서 봇 커버를 들어온 '블랭크' 강선구의 자르반4세에 추격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났다. 무리하게 쫓아오던 강선구는 KT의 두 번째 킬의 제물이 됐다. 4세트에서도 그라가스로 '유칼' 손우현의 퍼스트킬을 도왔다. 강선구의 카직스가 합류했지만 고동빈의 손에서 이상혁을 지키지는 못했다.
결국 자크 트런들 세주아니 밴이라는 KT의 그물에 SK텔레콤이 걸린 격이었다. 이 말을 듣고 한 가지를 더 물어봤다. "만약 '블라썸'이 3세트나 4세트에 교체해 들어왔다면 많이 달라졌을까요?"라는 질문을 하자 오 대행은 "SK텔레콤에게 후반을 내주지 않기 위해서 정글 공략은 필수였다. 사실 3세트가 끝나고 교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블라썸이 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또 다른 준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래도 만약 SK텔레콤이 새로운 변수를 만들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벼랑 끝에 몰린 순간에도 변화를 줄 수 없었던 SK텔레콤의 상황도 안타까웠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