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역사상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취소 기준도 관심을 모은다.
6일 잠실(NC-두산)과 수원(한화-KT), 인천(삼성-SK)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3경기는 높은 미세먼지 농도로 인해 취소됐다. 잠실에서 첫 결정이 나온 것에 이어 수원과 인천도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 속에 연이어 취소됐다.
그간 비나 강풍 등으로 경기가 취소된 사례는 많았다. 그러나 미세먼지로 취소된 것은 프로야구 역사상 2018년 4월 6일이 처음이다. KBO리그 규정 제 27조 3항에는 경기 개시 예정 시간에 기상 상황에 따라 경기 감독관이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되어 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에 그렇게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최근 수치가 치솟으면서 2016년부터 취소 고려 대상으로 포함됐다. 점점 눈으로 드러나는 문제에 시범경기 당시부터 미세먼지 취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결국 KBO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대기질이 심각하다는 데는 아무 이견이 없었다. 이날 잠실구장 일대는 취소 시점 미세먼지농도가 377㎍/m³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수원도 역시 343㎍/m³, 인천은 취소 시점에서 306㎍/m³가 측정됐다. 뛰는 선수들도 힘들고, 지켜보는 관중들도 힘들다. 관중들의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KBO가 전격적인 취소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비나 눈, 강풍의 경우는 경기 취소 여부를 대충 알 수 있다. 육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경우는 눈대중으로는 정확히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일단 1시간 이상 150㎍/m³가 넘으면 경기 진행 여부를 논의할 수 있지만, 이 수치로 경기를 취소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상황을 보면 이런 날이 자주 있을 수 있는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대략적인 기준은 나온 듯 하다. 이날 경기가 취소된 3경기는 모두 300㎍/m³가 넘는 상황에서 경기가 전격 취소됐다. 300㎍/m³ 정도면 대기 상황이 극히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노약자 등은 외출을 자제해야 할 수준이다. 물론 그날의 기상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겠으나 향후 300㎍/m³ 수준의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취소 카드를 만지작거릴 확률이 있다. /skullboy@osen.co.kr